시장 전체로도 실적이 전망치를 웃돈 기업이 전망치를 밑돈 기업보다 많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500개 기업 중 70%가 순익이 늘어날 전망. 이처럼 기업 실적이 좋아져 이달 30일 발표될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6%에 이르고 4·4분기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잔치 분위기에서 통신주들은 “내년까지 기다려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 등은 21일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전통적인 유선전화 영업이 부진한 결과였다.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곁들여졌다.
통신산업의 부진은 지나친 가격경쟁 때문. 장거리 전화 패키지를 허용 받은 벨사가 공격적으로 전화요금을 할인한 패키지를 내놓자 AT&T와 스프린트가 할인된 지역전화요금 플랜을 들고 경쟁에 합류했다. 부도난 월드컴은 MCI라는 이름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 전화회사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케이블TV 회사와 경쟁한다.
가격경쟁 결과 AT&T의 영업마진은 3·4분기 중 6.6%로 전년 동기 12.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SBC는 작년 15.6%에서 올 3·4분기 11.3%로 떨어졌다. 이번 주 영업실적을 발표할 벨사우스 버라이즌 등 나머지 기업들도 비슷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부진은 빙산의 일각이며 4·4분기 이후의 실적전망치도 찬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유선전화 회사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합병밖에 없다는 처방도 나오고 있다. 합병해도 경쟁을 약간 누그러뜨릴 뿐 무선전화 및 인터넷전화에 당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내년을 기다려볼 수 있겠지만 유선전화 회사들은 그러기도 힘들 것”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