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실크로드, 길 위의 노래'…여러곳의 우리 전통음악

◇실크로드, 길 위의 노래/전인평 지음/398쪽 1만8000원 소나무

본디 불교음악이었던 영산회상(靈山會相). 중국에서는 비슷한 음악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인도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인도로 향한 저자는 우연히 한밤중에 연주하는 전통음악 ‘바게쉬리 라가’를 듣게 된다. 느린 시작은 영산회상의 ‘다스름’과 같고, 세 곡이 한 틀을 이루는 것은 영산회상의 상영산, 중영산, 도드리와 같았다. 박자가 계속 반으로 줄어들며 빨라지는 점도 같았다. 역시 ‘영산회상’의 기원은 인도였을까.

국악과 교수(중앙대)인 저자는 1985년 인도음악의 현장연구를 시작해 1991년 구소련 개방과 함께 중앙아시아를 여행했고 1997년 아랍권과 중국 서부의 음악을 탐사했다. 현장의 음악과 박물관에 소장된 악기, 문헌 등을 꼼꼼히 뒤져 서역과 우리 조상들의 음악문화 교류사를 뒤쫓는다. 여기서 ‘실크로드’는 중앙아시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바다의 실크로드에 놓인 베트남, 태국, 인도 등지도 모두 저자의 탐구대상이다.

몽골의 ‘야탁’은 우리나라의 산조가야금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가야금처럼 큰 악기는 정주(定住)문화권의 특징이다. 저자는 몽골이 고려 침략기에 이 악기를 수입해갔을 것으로 본다. ‘고구려 유민의 후손’설이 제기되고 있는 태국 라후족의 노래가 강원도 민요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