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50…잃어버린 계절(6)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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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은 나이가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요. 달우를 부탁할 사람은 우근씨밖에 없습니다. 다쓰지는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여보, 참 기가 막히는군요…이제 살아서 이 동네를 걷는 일은 없을 테니…이 동네를 떠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느닷없이 빈손으로 쫓겨나야 한다니…역 앞에서 인력거를 타고 성 내에서 강까지 죽 한 바퀴 돌아보려고 합니다. 작별을 해야죠, 이 동네하고. 여보 한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 주세요. 내 걱정은 말고, 나 같은 늙은이를 해코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조선 사람들,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애를 받으러 그들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유교의 가르침을 중시하고, 웃어른을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 몰라요. 조선 사람들은 아이의 첫 생일날 그 아이를 받아준 산파를 초대하는 풍습이 있어서, 얼마나 많은 집에 초대를 받았는지 이루 셀 수도 없습니다. 한 가족처럼 대접받고, 버선이니 신발이니 허리띠니 온갖 것을 선물해 줍니다. 덕분에 지난 20년 동안 버선 한 짝, 신발 한 짝 산 적이 없어요.

다녀오겠노라 말하면, 당신은 늘 어어, 하고 고개만 끄덕였죠. 조산원 면허를 따고 싶다고 했을 때도, 이미 결정한 일이니 좋을 대로 하라는 말뿐이었습니다. 당신은 늘 나를 믿어줬어요, 나도 당신을 믿었고. 당신이 반도로 건너가자고 했을 때도 난 두말없이 따라 나섰잖아요. 서로의 결단을 믿고, 그 믿음을 따라 해야 할 일을 하고…우리 부부는 그렇게 44년을 살았어요.

“여보, 다녀오겠어요.” 기와는 불단에 뼈항아리를 올려놓고 두 손을 합장했다.

조선 사람에게서 받은 신발을 신고, 얇은 비단 잔무늬 옷자락을 여미고 나무문을 드르륵 열자, 8월의 햇살이 늙은 여인네의 멀건 눈을 찔렀다. 기와는 현관 우산꽂이에서 양산을 꺼내 펼쳤다. 큰길은 수레와 마차에 이불과 짐짝을 싣고 역으로 가는 남자들과 배낭을 메고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뒤따르는 여자들과 노인들로 북적거렸다. 길모퉁이에서는 남자들이 멍석 위에 가재도구를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무엇이든 갖고 싶은 것은 다 줄 테니, 부산까지 짐 좀 날라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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