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비좁은 찻간과 시민들의 바쁜 발걸음으로만 기억되던 서울의 지하철이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얼음축제와 색소폰 연주, 국악공연과 전시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5∼8호선의 93개 지하철역에서는 30일까지 ‘도시철도 가을 문화축제’가 열린다.
지하철 축제의 시초는 1995년 11월 5호선 강동 구간의 지하철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천호역에서 열린 합창단 공연. 그러나 축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건 2000년 10월 ‘시민의 날’을 맞아 지하철 축제가 열리면서부터다.
올해 축제의 특징은 시민들이 참가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아졌다는 점.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거나 재즈 전문가에게 연주를 배워 보는 시간 등이 눈에 띈다.
5호선 까치산역의 역무원 최혁진씨(31)는 “예전엔 공연 때문에 불편하다는 시민도 많았지만 요즘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많아 지하철역이 동네 주민들을 위한 모임장소처럼 바뀌었다”며 웃었다.
▽수준 높은 공연=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공사가 2000년 4월에 시작한 지하철예술무대는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수준 높은 예술무대’를 표방한다.
8월 강남역과 시청역 등에서 있었던 뉴욕지하철 예술인의 내한공연, 27∼30일 사당역 등에서 열리는 에콰도르 밴드 ‘시세이’의 전통잉카음악 연주 등 돈 주고도 쉽게 볼 수 없는 공연들이 무료로 열린다.
매주 수요일 동대문운동장역에서 공연을 갖는 재즈피아니스트 이건민씨(27)는 “외국 연주가들도 대중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하철역의 열린 무대에 자주 선다”면서 “다양한 연령층에 재즈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공사 주시환(朱時煥) 홍보실장은 “지하철역이 바쁜 일상에 쫓겨 공연장이나 전시회 등을 찾기 힘든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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