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배와 항구 사이에 바다가 가로놓이고, 나는 조선에 돌아가기가 겁났다. 낙원에서 멀어졌는데도 내 몸이 따라왔다.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몸만 걷어찰 수는 없다. 아, 그러나 과연 몸만 그럴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낙원에서 있었던 일은 지워지지 않는다…아무리 친절한 사람을 만나도…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는 없다….
나미코는 갑판 제일 후미에 서서 난간을 꽉 잡았다. 사방이 온통 어둠…귀국선만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캄캄한 바다 위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둠은 피부 하얀 파도는 상처…어둠에서 순간적으로 생겨나, 다시 순간에 어둠으로 사라지는 하얀 강, 바다 속 강…선실에서 또 만세! 만세! 만세! 하고 환희의 외침소리가 일고, 애국가를 합창하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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