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꾸리는 전업주부와 달리 여성 경제인들은 금융과 투자에 대해서도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거나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의외로 돈 관리에는 무심한 여성 기업인도 상당수다. 이들이 어떻게 돈을 모으고 관리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여성의 재테크에 관한 일종의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여성 경제인의 자산운용 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업에 모든 인생을 투자했다”형=외식업체 ‘놀부’의 김순진 사장(51)은 15세 때 ‘달랑’ 200만원을 들고 상경해 성공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인물. 87년 5평짜리 보쌈집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340개 점포에 연 8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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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16년 동안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인생을 모두 바쳤다”며 “돈을 버는 족족 회사에 재투자했기 때문에 개인 자산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회사의 미래를 믿고 투자하면 어떤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
김 사장은 “과거에는 돈은 따라갈수록 도망간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금융정보가 돈 되는 세상으로 바뀐 것 같다”며 주식 등에 대한 투자 공부 계획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프랑스 보디라인’ 등을 운영하는 코스메틱케어코리아의 김숙자 사장(38)도 막상 금융이나 투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일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 그는 은행이 추천해 준 대로 비과세 저축상품 등에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넣어뒀다.
김 사장은 “전업주부인 친구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었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면서도 “둘 다 잘하는 능력은 아무나 못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고민은 많은데 해결책이 없다”형=홍보대행사 시너지 힐&놀튼의 정현순 사장(36)은 과거 직장생활 당시부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정 사장은 과거 직장생활 당시 투자정보를 섭렵하고 우체국 금융상품 등까지 다 뒤지면서 이자가 높은 상품을 찾았다. 금리가 연 20%대까지 치솟은 외환위기 당시 창업자금을 마련했을 정도로 짭짤한 이자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그는 은행의 매력에 빠졌던 이런 ‘과거’ 때문에 저금리 기조가 더 불만스럽게 느껴지는 케이스다.
정 사장은 “주식투자는 원금 손실이 겁나서 못하겠고 전문 자산설계사는 누구를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정보는 많은데 해석 능력이 없고 투자 대안도 없어서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외국계 화장품회사 클라란스의 박남희 사장(42)은 자산관리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케이스. 박 사장은 “부부가 같이 돈을 벌기 때문에 노후대비는 별로 생각해 본 적 없고 연봉은 대부분 은행에 적금을 넣는다”고 말했다.
▽“한 단계씩 새로운 투자의 세계로”형=삼성증권 법무팀의 이정숙 상무(38)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투자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보수안정형 투자자였던 이 상무는 99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머니마켓펀드(MMF)를 샀다. 수익이 나자 자신감이 생겼고 다시 1년 뒤 주식형 펀드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런 식의 투자 결과 현재 주식 26%, 채권 22%, 주식형 펀드 28%, MMF 20%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저금리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예금 상품은 하나도 없고 주식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 주식은 삼성전자 신세계 KT 등 우량주 위주로 장기투자한다. 돈이 더 모이면 부동산 투자도 시도할 생각이다.
이 상무는 “자금의 성격을 고려해야 하지만 아직 은퇴할 시점이 아닌데 원금 보장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투자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41)는 예상과 달리 별다른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보는 많은데 목돈이 없고 발품 팔 시간도 없다는 게 이유다. 단 노후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으로 몇 년 전 수도권 근교의 200평짜리 땅을 사놨다.
“주가연동 예금 상품이나 펀드 등 간접상품에 넣고 지인을 통해 채권에도 조금 투자했어요. 목돈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라고 봅니다.”
고려해 볼 만한 투자상품 비교 | ||
금융상품 | 장점 | 단점 |
지수연동 정기예금 | 원금보장 및 고수익 가능성 결합 안전성과 수익성의 적절한 조화 | 이자를 못 받을 가능성 충분히 있음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가능성도 있음 금융시장 동향 예측하고 투자하여야 함 |
주식형 펀드 | 주가 상승시 고수익 가능 주식 매매차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제외 및 비과세로 세테크 수단으로 이용 가능 저금리시대의 투자대안 | 주가 하락시 손실 가능성 큼 투자 성향에 맞추어 투자하지 않으면 마음고생 심함 |
채권형 펀드 | 정기예금 금리 +α의 금리 가능 투자후 금리 하락시 매매차익 발생 | 채권금리 변동에 따라 수익률 변동하므로 위험 따름 투자후 금리 하락시 매매손 발생 가능 |
MMF | 수시입출금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실세금리 지급하므로 여유자금 단기운용시 유리 입출금이 자유로워 편리한 거래 장부가 평가 상품으로 안정적 수익률 달성 | 시가가 장부가의 0.5%를 밑돌 경우에는 채권 시가평가 적용 발행회사가 부도를 내거나 신용등급 하락시 배당률 하락 및 환매 제한 가능성 있음 거래시간이 매일 오후 3시까지로 제한됨 |
부동산 (아파트) | 저금리시대의 투자대안으로 인기 장기투자시 큰 수익을 내고 있으며 하방경직성 보유 | 환금성 및 유동성 제약, 투자시 거액 필요 부동산안정대책 이후 하락 추세로 전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정부의 비우호적인 면이 부담으로 작용 |
적립식 투자 | 적립식 투자를 주식형 방식으로 투자하면 주식가격 평준화로 안전한 투자 가능 장기 투자시 고수익 가능하여 노후대비 및 연금상품 대용으로 활용해도 좋음 |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투자시 원금손실 가능성 있음 최소한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위험 분산 효과 있음 |
자료:한미은행 |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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