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동산 안정대책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건설교통부의 주택정책 담당자는 10여분에 걸쳐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현재 예고된 각종 주택시장 안정대책 방안이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소개한 뒤 “집값은 더 내려갈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며 기자는 3년 전 상황이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선 부동산 경기 부양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당시 주택정책 담당자는 “2001년에 무조건 집값을 두 자릿수 상승세가 보이도록 만들어놓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후 정부는 다양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정부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되면서 건설업계가 겪고 있던 경영난 타개와 구조조정 지원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각종 주택 관련 규제를 해제해 오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풀린 규제 가운데 대표적인 조치가 분양권 전매 허용, 임대사업자 등록기준 완화, 신규 분양주택 양도소득세 면제 조치 등이다.
그 결과는 정부의 의도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2001년 6월부터 집값은 오르고 부동산 경기도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2년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상은 달라졌다. 과열 기미가 뚜렷해졌고 온 국민이 부동산 투기를 우려할 정도가 됐다.
부동산 시장이 과연 정부의 의도를 넘어서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는가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 단군 이래 최저 수준이라는 은행금리, 주식시장의 침체, 부동산 시장을 대체할 만한 투자 상품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부양책이 더 큰 원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옛 일을 통해 미래를 안다(온고지신·溫故知新)’고 했다.
상황논리에 빠져 의욕만 과잉되면 ‘냉탕온탕’식 정책 운용이 반복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정책 담당자들이 잊지 말기를 기대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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