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74…귀향 (8)

“6월 2일, 다리에 총을 맞은 지 닷새 째였습니다. 최철호 동지가 동굴에 가보니, 나뭇가지와 바위로 위장했던 동굴 입구가 트여 있고, 윤세주 동지의 모습이 없었다 캅니다. 놀라서 산을 내려오면서 찾는데, 마을로 들어서기 전 조가 나 있는 계단밭에 윤세주 동지가 쓰러져 있었다네예. 죽은 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 부릅뜬 눈과 물을 달라고 쩍 벌린 입에 파리가 버글버글 새까맣게 꼬여 있었다 캅니다.

최철호 동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이라 캅디다. 그라고 두 사람이 시신을 산에서 임시로 묻었다 카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무덤에 잘 모실라 캅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울지 않았고,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강우홍은 사발을 손에 들고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켜면서, 자기가 전하는 소식이 윤세주의 귀향을 애타게 기다렸던 이 사람들에게 표정과 소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했지만, 얘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더 많은 얘기가 남아 있었다.

“윤세주 동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부인인 하소악 동지는 김원봉 장군과 함께 충칭에 남아 아이를 키우면서, 부상병을 치료하고 간호하고, 또 아이를 한 팔에 껴안고 말타기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충칭에 언제까지 머물지 알 수 없는 데다 국경지대에서는 격전이 끊이지 않았으니까네예.

우리는 위험하다고 말렸는데, 하소악 동지는 ‘남편이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꿈을 꿨다. 남편의 신상에 무슨 흉측한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다’면서 아들을 변발시켜 포를 입히고 자신은 장삼에 바지를 입고, 그렇게 중국인 차림으로 변장하고 배를 타고 화베이로 떠났습니다.

하소악 동지는 그 한 달 후에 윤세주 동지의 부고와 함께 충칭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다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 늘 너그러운 미소로 우리를 격려해 주어 모두의 어머니 같은 분이었는데, 이때만은 눈물을 보입디다.

두 분이 함께 지낸 시간은, 전부 긁어모아봐야 1년이 채 못 될 깁니다. 1937년 봄, 난징에 잠복하고 있던 윤세주 동지가 불러서, 일곱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만나러 갔지예, 그때 두 달을 함께 있었는데, 그게 아마 같이 지낸 가장 오랜 시간이었을 깁니다. 7월에 중일전쟁이 발발해서, 윤세주 동지는 전선으로 갔으니까네예….”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