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식전문가들은 이런 접근 방식을 잘 쓰지 않는다. 가능하면 합리적인 근거(해외 증시 하락, 프로그램 매물 압박 등)를 찾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투자자들의 매매행태에서 ‘대단히 실망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24일 하락장의 ‘주도세력’은 LG그룹과 삼성그룹이다. 하나같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대표하는 ‘거함(巨艦)’이다.
LG는 신용카드 부실로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은 증시에 충격파를 더했다. 재계 서열 1, 2위 그룹이 이끄는 이번 파장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더 나아가 한국 기업의 가치를 몰라주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외국인들이 오히려 삼성 LG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더 알아준다는 것이다.
삼성과 LG 관계자들도 “세계적인 기업들과 견줘서 뒤처질 게 별로 없다. 이익수준에서나 지배구조의 투명성 측면에서나 남부럽지 않다. 그러니 대접해 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24일 현재 91조8893억원, LG그룹은 19조2026억원이다. 이날 하루 주가하락으로 삼성은 2조9420억원, LG는 1조2490억원이 날아갔다.
삼성과 LG의 강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 다만 두 그룹 모두 대주주 지분변동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여기에 비자금 사건과 카드부실이 겹쳤으니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해당 그룹을 위해서도, 나아가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삼성과 LG가 이 난관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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