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표범은 바덴해 전체에서 1만9000마리, 이 중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연안에서는 7500여마리가 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해의 돌고래는 이 갯벌 연안에 있는 질트섬과 암룸섬 근처 바다를 산란장으로 이용한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갯벌에는 매년 200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어 중간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매년 7∼9월 유럽에 서식하는 혹부리오리의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20만마리가 여기서 가까운 트리센섬에서 털갈이를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8만5000쌍의 연안 조류가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하는 등 이곳은 새들의 낙원이 된 지 오래다.
바덴해와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3개국 연안 육지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이루어놓은 갯벌의 모습. 갯벌에는 국경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들 3개국은 공동 보전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연의 보고(寶庫) 바덴해의 갯벌을 지키기 위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3개국이 협력하고 있다. 갯벌이 인위적인 국경에 따라 나뉘어 있지 않고 식생과 서식 동물도 국경 구분과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이들 3개국은 1977년부터 갯벌 보전을 위해 협력을 시작했고 공동 사무국까지 구성해 보전활동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3개국은 매년 50만유로(약 7억여원)에 이르는 보전비용을 똑같이 삼등분해서 지원한다. 갯벌 면적이 가장 적은 덴마크도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각국은 공동 사무국의 조율에 따라 자국 소속 갯벌에 대한 구체적인 보전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85년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니더작센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었다. 1992년에는 함부르크 갯벌이 국립공원으로 추가됐다.
특히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국립공원은 지정 당시 면적이 4410km²로 서울 여의도의 518배가 넘었고 갯벌 면적이 1300km²인 유럽 최대의 단일 국립공원이었다. 이 국립공원은 지정된 지 14년 만인 1999년 한 차례 확대됐고 2002년에 또 확대돼 현재 면적은 4550km²가 됐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자국 지역의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보호구역으로 만들어 보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독일의 갯벌 국립공원을 포함한 바덴해 갯벌의 많은 지역이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의해 1992년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지정됐다. 1990년에는 유네스코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국립공원을 ‘인간 및 생물의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3개국은 갯벌 보전을 위해 무조건 인간의 접근을 막는 방법을 쓰지는 않는다. 대신 ‘안정되고 지속 가능하며 오염 없는 바덴해’라는 목표를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이해시켜 자연스럽게 보전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바덴해 갯벌에 친근감을 갖고 이를 보전하려는 자발적인 욕구도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기자가 10월 초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국립공원의 안내소 한 곳인 물티마르를 방문했을 때 진눈깨비가 섞인 세찬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초겨울 추운 날씨에도 적지 않은 어린이들이 부모들을 따라와 이곳에서 자연학습을 하고 있었다.
물티마르의 직원인 클라우스 호허셸만은 “날씨가 좋으면 제방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드넓은 갯벌을 관찰하는 많은 방문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국립공원의 경우 보전 목표를 충족하는 가장 효과적인 산업으로 관광업을 선택했다.
매년 200만명이 넘는 독일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에서 하룻밤 이상 묵는다. 하루 일정으로 잠깐 들러보는 관광객만도 매년 1100만명에 이른다.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갯벌 연안을 따라가며 새와 바다표범, 돌고래 등을 관찰한다. 썰물이 되면 직접 갯벌을 걸으며 자연을 느끼기도 한다.
관광객들의 갯벌 산책을 이끄는 70여명의 안내인은 모두 지역 주민들로 갯벌과 날씨, 조류의 움직임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나오는 관광수입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퇴닝(독일)=이진기자 leej@donga.com
▼켈러만 “매립-간척 금지… 주민들도 개발반대”▼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갯벌국립공원보호청 연구관인 아돌프 켈러만 박사(사진)는 자신을 자연보전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어업생물학을 전공한 켈러만 박사는 “바덴해 갯벌보전은 ‘사회적 협약’과 ‘주민들의 상호 신뢰’가 토대”라고 밝혔다.
―갯벌을 매립하거나 간척하려는 움직임은 없나.
“농업용지나 산업 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매립이나 간척을 금지하고 있다. 1985년에 마지막으로 방조제를 쌓았지만 이것은 연안 보호가 목적이었다.”
―갯벌을 개발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돈 있는 주민이 100만유로(약 14억원) 규모의 대규모 휴양시설을 짓겠다고 해도 현재의 정서로는 주민들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건설계획 자체가 추진될 수도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주민들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데 더 큰 애착을 갖고 있다. 할리겐(Halligen) 주민들이 국립공원으로 편입되기를 바라는 것이 하나의 증거다.”
―할리겐은 무엇인가.
“만조 때 바닷물에 일부 잠기는 갯벌의 섬이다. 이곳에 집을 지어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밀물이나 폭풍 때는 주택 바로 턱 밑까지 바닷물이 올라온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국립공원에 15개 정도가 있다. 할리겐 거주민들은 관광으로 이익을 보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편입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서 때문에 지금까지 갯벌 보전활동이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업 등이 제한을 받는다는 뜻인가.
“산업 활동을 법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산업주체와 주민들이 자발적 협약을 맺어 조정한다. 독일에서는 이 협약이 아주 잘 이뤄지고 있다. 산업 활동 범위는 자연이 지속가능한 선에서 허용된다. 예를 들어 조개를 채취하는 대신 양식을 하도록 협약을 맺고 있다. 어부들은 조개를 확보할 수 있고 자연은 갯벌을 보전하는 효과를 얻는다.”
―사회적 협약을 맺을 때 보호청은 어떤 역할을 하나.
“연구를 통해 국립공원의 식생에 관한 각종 현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 어류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낚시를 제한하자고 근거를 제시한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전의 필요성에 수긍한다.”
켈러만 박사는 “자연은 자체의 가치만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있다”면서 “개발과 보전이 반드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퇴닝(독일)=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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