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90…목격자 (6)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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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뿐이니까 다 해야 고작 열두명인데, 하지만 녀석들은 응원단이 몇 백, 몇 천…까마귀 떼처럼 와 하고 달려드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 운동장 구석에서 쏜살같이 뛰어온 사람이 바로 춘식이었던 겁니다. 야, 그만해! 그 녀석 내 친구야! 그랬더니 그 녀석들이 슬슬 응원단석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춘식이가 하라고 하면 하고,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고, 자식들 춘식이의 학생이었어요. 어이 조군, 밀양하고 부산은 달라, 부산에서 아까 같은 짓 하면, 너 몰매 맞아 죽는다고…춘식이는 계속 얘기했어요, 바로 옆에서는 고적대가 북 치고 나팔 불고 시끄러운데…둥 둥 둥 둥, 빠빠랏빠빠 둥 둥 둥 둥 빠빠랏빠빠…그때 느낌이 뭐랄까, 반가운 것하고는 달랐습니다…춘식이는 남들보다 키가 훌쩍 큰데, 나는 남들보다 작으니까 올려다봐야 되는 겁니다. 턱을 치켜들고 도마뱀처럼 목을 실룩실룩거리면서…눈이 부십디다…춘식이 그 자식, 태양을 등지고 있어서…얼굴은 새카맣게 보이는데…긴장이 단숨에 풀린 탓이겠죠,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다리는 휘청거리고…춘식이가 팔을 잡는데…난 그 팔을 뿌리치고…등을 돌렸습니다.

그 일이 있고 다섯 달쯤 지나섭니다. 나는 밀양농산학교에서 제2부산 상업고등학교로 전학을 갔죠…이유요? 이유는 축구였습니다.

축구부에서 활약하고 있었더니, 그 쪽에서 오라고 합디다…네…그리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조선민족청년단에 들어갔어요…싸움으로 유명했으니까, 단장인 박씨가 찾아와서, 자네가 입단을 하면 조직이 튼튼해질 것이다, 내 오른팔이 돼 달라면서 고개를 숙이잖습니까. 박씨는 밀양농산학교 1년 선배였습니다, 어떻게 거절을 하겠습니까…네, 그래서…감찰부장을 맡았어요…광복을 맞은 조국을 위해서 일하는 청년들을 훈련하는 역할이죠.

춘식이, 그러니까 이우근이가 민주애국청년동맹 지방 조직 간부라는 것을 박씨한테 들어서 알았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지만, 남로당 정도는 알고 있었죠. 남로당하면 공산주의 단체, 빨갱이잖습니까.

그래서 민주애국청년동맹 위원장이 남로당 청년부장인 고찬보라고 하는 것이고요…네…대단한 조직이죠…조직원이 전국적으로 78만명이나 된다고 하니까…이우근이가 민주청년동맹의 리더라는 것을 아는 순간, 온몸의 피가 솟구칩디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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