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가 최근 내놓은 광고도 철저하게 경쟁사인 교촌치킨을 염두에 둔 것.
모델 C가 BBQ의 ‘닭다리’를 들고 걸어 나오자 “촌닭들이 긴장했다”는 카피와 함께 ‘촌닭네’와 ‘거촌회관’이라는 간판이 잇따라 쓰러진다. 주위 사람들이 ‘와우∼’ 하며 놀라자 C는 “촌닭들은 이런 맛 못 내지!”라고 말한다. 촌닭은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교촌치킨을 말하는 것.
최근 들어 경쟁사를 은근하게 빗댄 광고가 늘고 있다. 이전의 비교 광고가 성능이나 특징을 직접 겨냥했다면 최근엔 한층 발전해 재치가 넘친다는 것이 특징.
OB맥주가 대용량을 페트병에 담은 신제품 ‘OB큐팩’을 내놓으면서 제작한 광고도 마찬가지. 한 남자가 힘들게 병맥주 5병을 두 손에 들고 걸어가며 “맥주는 왜 큰 게 없지?”라며 투덜거린다. 이때 OB맥주에서 1.6L짜리 대용량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고판을 단 버스가 지나간다. 남자는 뒤돌아 달려가서 새로 나온 맥주를 여유 있게 들고 온다.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남자가 들고 가던 무거운 병맥주의 브랜드가 ‘화이트(White)’임을 알 수 있다. 경쟁 제품인 ‘하이트(Hite)’를 슬그머니 빗댄 것.
경쟁사인 삼성테크윈과 올림푸스도 얼마 전 은유적인 광고를 내놓았다. 삼성테크윈은 신제품 ‘케녹스 V4’를 내놓으며 가수 ‘비’를 등장시켰다. 비는 일본 도쿄의 전자상가 한복판에서 승리를 상징하는 ‘V’를 그리며 “세상을 이긴 자만이 V를 갖는다”고 외친다. 도쿄 한복판에서 V를 그린 것은 케녹스의 정복 대상이 일본 전자제품,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올림푸스임을 겨냥한 것. 올림푸스도 질세라 ‘저격수’ 편을 내보내 “당신의 디카는 비 앞에 당당한가?”라는 카피로 방수 기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케녹스의 모델인 ‘비’를 겨냥했다.
사실 재치가 넘치는 비교광고는 선진국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국제 화물운송회사인 페덱스(FedEx)는 경쟁사인 DHL을 겨냥한 광고로 2001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페덱스라는 박스 안에 아주 작은 글씨로 ‘DHL’이라고 쓰인 박스가 들어있는 것. DHL도 페덱스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웰콤의 신경윤 대리는 “과거처럼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비교하거나 감정적으로 경쟁사의 심기를 건드리기보다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창의성으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 최근 비교 광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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