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꼭 이렇게 해야 하나…’ 하고 재정경제부는 ‘이만하면 됐는데…’ 하는데 청와대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집값 잡기를 둘러싼 정부 내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대한 현장 고수들의 진단이다.
누구 뜻대로 될까? 단연 청와대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다. 나아가 올해가 대통령 임기 2년차인 걸 감안하면 ‘부동산으로 큰돈 벌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충고다.
과거에도 으레 그랬다고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들은 △1년차 땐 ‘국정 파악’에 힘이 부친 나머지 별 일 없이 넘어가고 △2년차엔 집값 다스리기로 민심을 수습한 뒤 △3년차에 ‘한번 해 보자’는 식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만 △4년차가 되면 레임 덕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5년차엔 청와대 비울 준비를 하느라 손을 놓는 양태를 보여 왔다는 게 ‘꾼’들의 관찰이다.
예컨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2년차인 1988년에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부동산 투기억제책이 줄줄이 발표됐다. 취임하던 해인 87년 한 해 동안 땅값이 14.7% 오르고 새로 개통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투기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돼 가던 상황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93년에도 부동산시장에 찬 바람이 불었다. 수도권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집값이 안정돼 가고 있었는데도 택지소유상한제 등 부동산공개념 제도가 전격 도입됐다.
‘국민의 정부’ 2년차인 98년에는 외환위기가 대통령의 집값 묶기 수고를 덜어줬다.
올해는 좀 달라질까? ‘투기 광풍’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노무현 대통령은 ‘10·29대책’으로 겨우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총선 전 집값 반등은 어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는 강경 노선이 누그러질 수도 있다’는 게 고수들의 조심스러운 관측. 특히 민생을 좌우하는 내수 경기가 수출 경기와 겉도는 지금의 양상이 이어진다면 ‘부동산 민심’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도움말: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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