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金雙秀) LG전자 부회장의 지론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는 “5% 향상을 목표로 삼으면 부분적 개선을 생각하지만, 30% 목표를 정한 조직은 기존의 사고체계를 폐기하고 새 방법론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이때 진정한 도약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LG전자 백색가전 매출 추이 | |
매출(억원) | |
2000년 | 3조1100 |
2001년 | 4조700 |
2002년 | 4조7400 |
2003년(추정) | 5조1500 |
자료:LG전자 |
실제로 혁신 활동이 시작된 1996년부터 창원공장의 매출은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1990년부터 창원공장은 공장용지나 설비를 늘리지 않았고 인력도 8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매출은 1990년 8000억원에서 작년에는 5조1500억원으로 늘었다.
▽혁신만을 생각하는 팀 구성=1995년 가전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을 조사한 한 컨설팅사는 “공장을 폐쇄하라”고 권고했다. 가전은 후발국의 추격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선진국 브랜드 장벽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다는 것.
김쌍수 당시 창원본부장은 회사가 성취해야 할 과제 80개를 도출했다. 또 각 부서에서 20%를 현업에서 빼 혁신팀 80개를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각 부서장이나 팀장들은 “지금도 사람이 부족한데 어떻게 인력을 빼느냐”고 반발했다. 김 본부장은 각 부서를 통폐합해 지원부서의 인원을 줄였고 반발하는 부서장들을 혁신 팀으로 차출했다. 혁신팀은 TDR(Tear Down and Redesign)팀으로 명명됐다. 기존 업무를 찢어서 해체하고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뜻.
올해 창원공장에는 2000명의 엔지니어 및 사무직 중 40%인 800여명이 380개의 TDR팀에 소속됐다. LG전자를 세계적 가전업체로 키운 휘센 에어컨, 디오스 냉장고, 트롬 세탁기 등 대형 히트상품과 각종 제품의 원가를 30% 이상씩 낮춘 아이디어들이 이 팀에서 나왔다. 김석태 조리기기사업본부 책임연구원은 “일단 혁신팀에 배정되면 현업에서 해방돼 한 가지 업무에 몰입할 수 있어 평소보다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팀간 경쟁이 주는 압박감도 크다.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 TDR 사무실은 ‘눈물의 방(Tear down room)’이라는 농담이 생겨날 정도.
▽벽 없는 조직의 힘=TDR팀은 과제에 따라 개발, 구매, 생산, 마케팅, 판매, 물류, 지원 등 각 기능부서의 팀원들이 모여 구성된다.“기업 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지 않고 모처럼 나온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이 되지 않는 이유는 조직원의 사고와 행동습관이 부서라는 칸막이에 갇혀 있거나 부서이기주의 때문이다. 벽을 부숴야만 혁신이 가능하다.”(최병석 상무)
연간 2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에어컨용 콘덴서를 개발한 TDR팀도 설계요원은 물론 구매, 마케팅, 생산직 사원이 합류한 것이 성공요인.
에어컨 사업부 김일욱 연구원은 “설계요원만으로 팀을 짰다면 새로운 콘덴서 개발에 한계가 있었을 텐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각종 칩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구매팀, 새로운 설계의 콘덴서가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인지 현장 실험을 통해 바로 체크해 주는 생산팀의 도움이 있어서 단기간에 혁신적인 설계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스피드 경영=LG전자에서 창원공장의 TDR팀은 ‘혁신학교’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휴대전화나 PDP사업부 간부들도 수시로 창원공장을 방문해 혁신의 현장을 보고 배운다. TDR제도가 전 사로 확산되고 있는 것.김쌍수 부회장은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씩 모든 TDR팀의 사무실을 들러 진척사항을 점검한다.
“CEO가 직접 점검을 하면 혁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죠.”(에어컨사업부 김윤규 책임연구원) “관료적인 절차 없이 CEO가 연구실에 직접 와서 현장에서 바로 결정을 해 주니까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밖에 없죠.”(6시그마 기획팀 서인 부장)
보상도 김 부회장이 직접 챙긴다. 그는 성과가 높은 팀에는 연봉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주고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보내는 등 파격적인 보너스로 보상해 왔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비결은?
CEO의 확신과 솔선수범, 혁신팀 구성, 벽 없는 조직구성을 통한 신선한 아이디어의 수혈, 그리고 강한 열정이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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