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안팎에선 “외교부와 민정수석실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점도 파문확대에 기여했을 것이다”고 말한다. 민정수석실측이 건물 로비나 엘리베이터에서 체감할 수 있는 ‘외교부 정서’가 이번 조사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아무튼 지난주 말 본보 취재팀이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통화한 외교부 직원들은 이번 파문을 다양한 시각으로 읽고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외교부 직원의 투서에서 발단됐다는 점에서 흉금을 터놓아야 하는 동료까지도 신뢰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불안해했다.
일부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쥔 무서운 존재여서가 아니라, 전 국민이 선출한 유일한 공직자이기 때문에 존중돼야 한다”는 ‘모범답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다수 외교관들은 특히 실종된 토론문화를 아쉬워했다.
하루 수십건씩 의견이 올라오던 외교부 내부통신망에는 ‘사건 발생’ 48시간 동안 윤 장관에 대한 글이 1건만 올라왔다. “회식도 삼가자”며 직원들이 퇴근을 서두른 탓에 이임식이 치러진 날 오후 7시15분, 청사 지하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금융분야 공직자가 꼽은 올해 공직사회의 키워드가 ‘낙지부동’이라는 이야기를 외교부 직원에게 들려줬다. 복지부동(伏地不動) 차원을 넘어 낙지처럼 빨판을 이용해 ‘핵심’에 착 달라붙어 있겠다는 우스갯소리다. 이 농담을 전해들은 외교부 직원은 “조직이 얼어붙어 빨판을 쓴들 제대로 달라붙어나 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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