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조직의 변화관리를 화두로 한 이 책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거론한 뒤 공직사회의 필독서가 됐다.
그러나 일부 ‘발 빠른’ 공무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노 대통령이 이 책들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재기를 했다는 후문이다. 청사 서점 관계자는 “12월 셋째 주에만 ‘… 몬스터’ 100권, ‘…변화의 기술’ 100권, ‘변화관리’ 20여권을 팔았다”고 밝혔다. 》
대통령이 보는 책이 알려지면서 청사 1층 정부행정자료실과 14층 행정자치부 자료실, 구내서점엔 이들 책의 구입과 대여에 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자료실 관계자들은 책이 없으면 이를 구하기 위해 시중 대형 서점을 돌기 일쑤다.
또 책이 절판된 경우 직접 출판사에 전화해 다시 찍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서점측에선 “이런 책들을 찾는 사람이 왜 갑자기 느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것이 자료실 관계자들의 전언.
‘… 몬스터‘의 경우 행자부 자료실이 2002년 초 구입 비치했으나 2년 동안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행자부는 이 책을 포함해 노 대통령이 보는 책 3권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소식지에 요약 게재했다. 일부 과에서는 단체로 책을 구입했다는 전언이다.
행자부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최근 올 신규임용을 앞둔 행정고시 합격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즐겨 읽거나 권했던 책에 대한 독후감을 내게 하고 이를 성적에 반영키로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들의 이런 ‘코드 맞추기 독서’ 열풍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장차관들에게 일독을 권유한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은 구입 요구가 줄을 잇는 바람에 출판사가 절판된 책을 다시 찍었다.
지난해 여름 노 대통령의 휴가 독서목록 4권의 제목이 공개됐을 때도 비슷한 소동이 반복됐다.
이런 현상을 놓고 공직사회에선 “권력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거나 “솔직히 너무 속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한 게 사실이다”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사의 한 공무원은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는 독서 열풍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