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안진흥/기능성 쌀로 세계시장 벽 넘자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16분


쌀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는 식량이다. 인류는 증가하는 인구의 먹을거리 제공 차원에서 수천년간 벼를 개량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연간 500만t이고 세계 총생산량은 5억t이나 된다.

그러나 식생활의 다변화에 따라 쌀 소비량이 줄고 쌀 시장까지 개방되면서 국내 쌀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쌀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새 품종의 개발과 활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생활습관이 변화해 빠르고 손쉽게 장만할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면서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따라서 ‘쌀빵’이나 ‘쌀국수’ 등 가공음식을 만드는 데 적합한 품종을 개발한다면 쌀 소비가 늘고 농가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옥수수 밀 감자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쌀은 영양가 면에서 가장 균형이 잡혀 있어 비만을 최소화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가공용 쌀의 생산은 절실한 과제다.

현미의 바깥 부분을 제거해 백미로 만드는 도정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수천만t의 미강(Rice Bran, 쌀겨와 쌀눈을 합친 것)이 생산된다. 미강은 지방, 단백질 및 각종 대사물이 축적돼 있어 쌀에서 영양가가 가장 높은 부분이다. 그러나 맛이나 냄새 등이 좋지 않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탓에 현미로 직접 소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거된 미강 역시 가축사료로 쓰이긴 하나 생산 즉시 처리하지 않으면 쉽게 산화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부감이 적은 현미를 개발해낸다면 더욱 건강하게 식량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 증대와 수명 연장에 따라 식생활이 빠르게 바뀌면서, 보다 건강한 음식 섭취를 통한 섭생은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매일 접하는 음식에서 건강을 지켜주는 성분을 소량씩 섭취하면 면역력이 증가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릴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쌀에는 아직 그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다양한 대사물이 포함돼 있다. 특히 요즘처럼 광우병 조류독감 등으로 동물성 음식의 안전성이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는 기능성이 강조된 건강미야말로 소비자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식품이 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은 주로 식용으로만 쓰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발 여하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쓰일 전망이다. 단백질이나 지방 성분이 낮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은 고급술을 만드는 데에 좋은 재료가 된다. 붉은 색을 내는 쌀로 술을 담그면 소비자가 더욱 선호할 것이다. 적포도주가 몸에 좋듯 붉은 쌀로 만든 술에도 건강에 좋은 플라보노이드 계통의 대사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석유를 대체해 환경친화적인 자원으로 쌀이 쓰일 시대도 다가올 것이다. 자연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들거나 자동차 연료로 쓰일 알코올을 생산하는 데에도 쌀은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쌀의 해다. 늘어만 가는 인류에게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쌀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기능성 쌀 개발에 박차를 가해 수입쌀과 경쟁하고 나아가 500조원에 달하는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안진흥 포항공대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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