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으로서의 의학은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을 갖는 반면 그 대상이 되는 인간의 건강은 아주 일반적이고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충되는 성격 때문에 지극히 전문적인 내용의 정보가 진위의 검증이나 적절한 전환 절차 없이 바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일이 잦다. 즉 환자들은 TV나 신문에서 간단하게 수술한다거나 신기한 기구를 사용한다는 얘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새로운 것을 곧바로 받아들이는, 우리 국민의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 성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첨단 정보기술 산업분야에서는 이런 성향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사람의 몸은 수시로 갈아 치울 수 있는 휴대전화가 아니다. 의료 분야에서 이런 급한 성격은 인류를 위해 자기 몸을 실험에 맡기는 희생정신의 발로라는 점 외에는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일부 의료인은 신문이나 방송이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특성을 이용해 환자들에게 유해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사람들은 수익을 얻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며 일부 언론도 여기에 영합한다.
척추 분야에서도 이런 ‘돌팔이 의사’가 적지 않다. 흔히 △수술 경험이 엄청나게 많다 △수술이 간단하다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유명인이 자신에게 수술받았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척추질환은 대부분 퇴행 질환이기 때문에 재발할 수 있고 완치라는 표현을 쓸 수가 없다.
특히 의사 한 명이 느닷없이 TV의 오락성 정보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시술법을 획기적인 새 방법이라고 소개한다면 십중팔구 거짓말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일부 의사들은 자신의 업적이 특정 학회나 학술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역시 절대적 잣대가 될 수 없다. 이런 학회나 학술지는 특정 분야에 대한 소수 옹호자의 모임에 불과할 수가 있다. 또 어떤 논문은 발표 후에 엄청난 비판에 부닥쳤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이 갖는 전문성 때문에 일반인이 정확한 의료정보를 가려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환자들은 언론에 소개된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기보다는 다른 의사에게 자문하는 것이 좋다. 척추포럼은 언론에 나간 왜곡된 정보를 검증해 독자나 시청자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
김동준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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