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 찾아보면 길은 있다는 얘기다.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어떤 전력을 취해야 할지 4회에 걸쳐 소개한다.》
6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컴퓨터 백신 개발업체 ‘하우리’. 50여명의 직원 가운데 유난히 어려 보이는 연구원 1명이 눈에 띄었다.
이름 김상완. 나이 25세. 회사가 설립된 1998년에 하우리에 입사해 올해로 6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회사경력은 창업자와 비슷하다.
조금 더 자세히 그의 이력을 들여다봤다.
김 연구원은 어려서부터 컴퓨터광이었다. 컴퓨터 게임을 하며 밥 때를 훌쩍 넘기는 게 다반사. 그렇게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간혹 때려 부수고 싶을 때가 있었단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게임을 할 수 없을 때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는 아예 컴퓨터 바이러스에 재미를 붙였다.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보고자 배워뒀던 C언어, 어셈블리어 등 컴퓨터 언어도 바이러스 분석에 크게 도움이 됐다. 바이러스를 알고 나니 백신도 하나 둘씩 만들 수 있게 되더란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백신을 140개 만들었다. 손수 만든 백신은 온라인 PC 통신업체인 나우누리에 올렸다. 한 사람 두 사람 백신을 다운로드하면서 그의 이름도 알려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하우리에 면접을 봤다. 고등학교 학력이 전부였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이미 유명인이었던 터라 쉽게 연구원직에 합격할 수 있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이 곧 노는 거예요. 컴퓨터 게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백신 만들기를 취미로 삼다보니 저절로 취업이 된 겁니다.”
김 연구원처럼 한 우물을 파는 ‘마니아’들에게는 비교적 취업문이 넓다. 관심분야에 대한 전문기술과 관련 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석박사 학위보다 더 큰 무기이기 때문. 특히 게임프로그래밍, 컴퓨터 보안컨설팅, 아이콘 개발, 웹 디자인, 캐드(CAD) 등 정보기술(IT) 관련업계에서는 학력보다 전문기술과 열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마니아들을 크게 환영하는 편이다.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관련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전문지식도 쌓을 수 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세미나나 공모전 등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다음(www.daum.net)이나 인티즌(www.intizen.com)의 온라인 카페에는 특정 분야의 마니아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다음 카페의 보안 동호회인 ‘CISA/CISSP’에는 5800여명의 회원이 몰려 있을 정도다.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의 김현섭 사장은 “마니아라고 해서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쳐서는 취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열정과 함께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니아를 보는 ‘회사의 눈’▼
마니아 출신 사원을 회사는 어떻게 볼까.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경험과 엄청난 열정이 가장 큰 장점이죠.”
하우리의 바이러스 연구실 최원혁 실장이 꼽은 김상완 연구원의 장점이다. 이는 바이러스를 분석하는 12명의 연구원 가운데 마니아 출신 4명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공채로 입사한 경우는 실전에 투입하기 전 2년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단다. 하지만 마니아 출신들은 워낙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별다른 교육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대처능력-열정 뛰어나 팀워크 떨어지는게 흠 ▼
열정도 일반 공채 입사자보다 뛰어나다. 주5일 근무이지만 마니아들은 집에 가서도 바이러스 업무를 취미 삼아 즐긴다는 것. 그러다 보니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와 대처 능력도 마니아 출신들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약점도 없지 않다. 마니아 출신들은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마니아들이 윈도상에서 활동하다 보니 유닉스 바이러스에는 취약한 면이 있다고 한다. 또 자신의 일에만 몰입하다 보니 팀워크가 떨어지기도 한다고 최 실장은 지적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