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이렇게 뚫었다]<4회>중소기업이라 얕보지마라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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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 졸업자들은 입사지원서를 연간 평균 11.6회씩 제출하고, 여성 대졸자는 10명 중 2명 정도는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 찾아보면 길은 있다는 얘기다.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어떤 전력을 취해야 할지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예정인 정태승씨(27)는 지난해 9월 구직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력서를 50군데에 제출했다. 그 가운데 48개 기업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한 곳은 제약회사 1곳과 중소기업 1곳.

두 기업을 놓고 갈등하던 정씨가 최종 선택한 곳은 디지털 잠금장치 등을 생산하는 아이레보. 직원 100여명에 연간 매출액이 400억원 정도인 중소기업이다. 연봉과 복지수준이 더 높은 대기업 제약회사 대신 중소기업을 택한 것.

정씨를 만나기 위해 1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이레보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정씨와 함께 입사한 최동춘씨(28)와 윤수현씨(25)도 같이 만났다.

중소기업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승진이 빠른 게 장점이다. 대기업보다 취업문도 넓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디지털 잠금장치 등을 만드는 아이레보에 입사한 정태승 윤수현 최동춘씨(왼쪽부터).권주훈기자

“저를 키워줄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 자신의 역량도 충분히 펼칠 수 있고요.”(정씨)

정씨는 사내교육을 마치면 마케팅 부서에 배치된다. 해외영업이 주 업무지만 국내영업과 비즈니스 플랜 등 다른 파트 일도 두루 파악해야 한다. 직원이 적다 보니 업무량은 많지만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대부분의 직원이 지시만 따르더군요. 말단 직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승진도 빠른 중소기업이 저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윤씨)

윤씨는 대학 시절 중국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아이레보에 근무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5년 안에 중국 공장으로 가는 게 목표다.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는 최씨는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취업문이 훨씬 넓은 편이다.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열악한 근무환경’을 떠올려 중소기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소기업의 임금이나 사원복지가 대기업에 비해 일정 수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알짜 중소기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노력 여하에 따라 4, 5년 만에 과장이 되기도 하고 30대 부장이 될 수도 있다.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가 많은 것.

다양한 업무를 짧은 시간에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중소기업의 장점.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할 때 업무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 된다.

취업정보제공업체인 잡링크 김현희 실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경제연구소 등이 매년 우수 중소기업을 발표한다”며 “특허나 국제인증 등을 많이 갖고 있는 알짜 중소기업에 적극 지원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끝-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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