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마치 자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기피 의혹을 비판한 것 같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4성 장군 출신인 파월 장관은 전역한 뒤인 1995년 ‘나의 미국 여정(My American Journey)’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이 책의 내용 중 베트남전 당시 징병 정책을 비판한 부분을 민주당이 부시 대통령 공격에 써먹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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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장관은 “나는 정치 지도자들이 베트남전에 병력을 공급한 방식을 비난한다”면서 “누가 징발되고 누가 면제되며, 누구는 복무하고 누구는 기피하는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지를 결정하는 정책들은 반민주적 수치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많은 권력자와 부유층의 아들들, 그리고 누구보다 건강한 프로선수들이 예비군과 방위군에 들어가려고 애쓴 데 대해 분개한다”는 대목은 마치 부시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인상마저 준다.
그는 “노골적인 계층 차별이야말로 ‘모든 미국인은 평등하게 창조됐으며 조국에 대해 같은 의무를 지고 있다’는 이상을 가장 심하게 훼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국무부 관리는 “파월 장관의 비판은 방위군이나 예비군 그리고 거기 근무한 애국적인 젊은이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코멘트”라는 군색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백악관은 13일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관련 기록을 모두 공개했지만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앨라배마주 방위군 복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도하는 등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72년 앨라배마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운동을 지원할 때 데이트를 한 여성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 여성은 “당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방위군에 근무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직접 근무하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 존 캘훈 예비역 중령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훈련 때마다 부시 대통령을 봤다고 밝혔지만 일부 언론은 그의 증언이 부시 대통령이 앨라배마에 있었다는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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