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무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
깃발을 덮어다오 붉은 깃발을
그 밑에 전사를 맹세한 깃발
더운 피 흘리며 말하던 동무
쟁쟁히 가슴 속 울려 온다
동무야 잘 가거라 원한의 길을
복수의 끊는 피 용솟음친다
백색 테러에 쓰러진 동무
원수를 찾아서 떨리는 총칼
조국의 자유를 팔려는 원수
무찔러 나가자 인민항쟁가
그러나 우리의 노래는 오래 가지 않았다. 덜커덕 하고 타이어가 널을 뛸 때마다 소리가 줄어들어 각자의 생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더는 한숨 소리도 헛기침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옆에 있는 청년이 꾸벅꾸벅 졸더니 우근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우근은 그 얼굴을 보았다. 코밑에 솜털이 나 있는 얼굴이 열대여섯 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 중학생인지도 모르겠다…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데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다니… 이름 석 자도 모르는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이 죽는다… 아이고, 세상에… 나에 대해서는 몇 명쯤 알고 있는 것 같다. 트럭에 올라탈 때, 몇 명이 슬쩍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나의 본명은 모르리라. 이춘식이란 이름은 유명하지만, 부산에서 이우근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초량상고 박운규와 막 민애청 간부로 선발된 김연태 정도다… 그러고 보니 요즘 김연태가 통 보이지 않았다… 그새 탈퇴를 했나?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 코가 귀 바로 옆에서… 아이고 간지러워… 이름이 뭘까… 이름은 상상할 수 없다… 최소한 스물아홉 명 하나하나의 이름은 알고서, 아이고….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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