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08…아메아메 후레후레(7)

  • 입력 2004년 2월 2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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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적의 손에 죽는다…죽일 게 뻔하다…어떤 식으로…사살…다른 방법은 없다…사살이다…최단거리에서 머리를 탕, 탕, 탕, 탕, 탕, 탕…여섯 발을 다 쏘면 총알을 갈아 낀다…탕, 탕, 탕, 탕, 탕, 탕, 다음 총알이 다 떨어져도 아직 여섯 명이 남는다…탕, 탕, 탕, 탕, 탕, 탕…어차피 죽는 거라면 맨 처음에…아니다,

그 꺽다리가 쏘면 세 발째부터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총알이 빗나갈지도 모른다…죽은 척 쓰러져서 놈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아이고, 아니야! 이젠 다 틀렸어…이제 날이 밝으면 아마도 이 아이의 입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을 것이고,

내 입 역시…우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별이다…저렇게 많은 별은 본 적이 없다…북두칠성, 전갈자리, 사자자리…저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별에도 이름이 있을까…오르면 오를수록 돌멩이와 구멍이 많아지는 산길을 달리는 트럭에 몸이 흔들려, 우근은 그 별을 놓쳤다가 다시 찾아내고 놓쳤다가 다시 찾아내고 놓쳤다가…눈이 뭉개지도록 잠이 쏟아지는데 몇 시간 후면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을 깜박이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누군가 두드려 깨워 눈을 뜨자마자 총 맞아 죽기는 더욱 싫었다…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트럭이 목적지에 닿기 전에 깨우자…아니, 이대로 그냥 자게 내버려둘까…꿈속에서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꿈속에서 언니를 만나, 언니를 죽인 남자의 이름을 듣는 얘기가 아마 장화홍련전이었지…보고 싶다…형님을 만나고 싶다…병원에 있을 때나 감옥과 창고에 있을 때나, 이 트럭 짐칸에서나, 밀양 일은 기억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눈물과 콧물이 입으로 흘러 들어와 우근은 밤하늘로 얼굴을 쳐들었다…그러고 보니, 그 날 아침…운동장에서 총에 맞은 아침…오랜만에 그 꿈을 꾸었다…

아버지의 유품인 장도…늘 그 남자가 용이 새겨진 칼자루를 꽉 잡고 내 목을 천천히 천천히 절단하는 장면을 내 두 눈으로 한참을 보다가 잠에서 깨곤 했는데, 그날 아침에는…내가 장도를 쥐고 있었다.

수염을 깎고 거품을 닦아내자…거품이 새빨갛고, 발치에 내 머리가 나뒹굴고 있었다…하지만 목에는 아픔이 없었다…아픈 것은 오직 다리…경찰의 총에 맞은 오른쪽 다리….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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