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 리포트]美증시 투자자“대세 모르겠다”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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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거의 매일 각종 경제 통계자료가 발표된다. 증시 관련 주요 웹사이트들은 날짜별로 어떤 통계가 발표되고 이들 수치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통계에도 급이 있다. 가장 중요한 A급으로는 실업률(매달 첫째주 금요일 발표), 소매판매동향(매달 13일경 발표) 등이 있다. 발표될 때마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B급으로는 국내총생산(분기별로 둘째, 셋째 달의 셋째주 또는 넷째주에 발표), 소비자물가지수(매달 13일경 발표)와 소비자신뢰지수(매달 마지막주 화요일 발표), 산업생산동향, 내구재 주문동향 등이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통계는 C급 아니면 D급이다.

투자자들은 중요한 통계가 발표되는 날은 마치 수험생이 성적표를 기다리듯이 조심스럽게 거래를 한다. 24일 오전에도 시장은 그렇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이 지수는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래 상황에 대한 기대치로 구성돼 있다. 미래를 60%, 현재를 40%로 섞어서 종합지수를 내놓는다. 이 지수가 약간씩 변하는 것은 무시하며 보통 5 이상의 변화는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달 소비자신뢰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는데 1월 96.4에서 87.3으로 9.1포인트나 하락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92에 훨씬 미달했다. 이런 수치라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의 이유로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을 꼽고 있다. ‘고용 없는 회복’이 여전히 미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

시장에선 최근 1년 만에 5일 연속 약세장이 나타난 데 대해 ‘매수세와 매도세의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세력이 모두 향후 대세에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팔 시점을 잡으려던 매도세는 이날 소비자신뢰지수를 빌미로 이익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투매는 아니었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나 나스닥종합지수의 지지선이 한때 무너졌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매수세력들이 이 매물을 받아갔다. 지난 2개월간 뮤추얼펀드에 유입된 자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양측의 힘겨루기가 시장을 한동안 출렁거리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권희 뉴욕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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