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포 재산반출 엄청나게 늘었다

  • 입력 2004년 3월 1일 16시 25분


2002년 초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난 전직 펀드매니저 임모씨(41)는 지난해 말 서울에 남겨뒀던 42평형 아파트 한 채와 4층짜리 빌딩을 24억원 정도에 모두 팔아치웠다.

임씨는 "한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부동산 경기도 '상투'를 지난 것 같아 더 이상 재산을 남겨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다.

지난해 임씨와 같은 해외 교포가 국내에 남겨뒀던 자산을 처분해 해외로 내간 금액이 3년 전에 비해 약 14배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의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교포들의 재산반출액은 지난해 9억5480만 달러로 2002년의 5억4100만 달러에 비해 76.5%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해외교포 재산반출액은 2000년의 6970만 달러의 13.7배로 현재 환율(지난달 27일 종가 기준)로 환산했을 때 1조1228억원에 이른다.

해외교포 재산반출액은 해외로 이민을 떠난 사람이 국내에 남겨뒀던 부동산 원화예금 신탁 등의 자산을 처분해 해외로 반출한 금액을 집계한 것이다.

윤의정(尹毅正)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2002년 7월 해외교포에 대한 재산반출 신고제도가 폐지된 뒤 반출액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해외 교포들이 집을 처분할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정세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산을 처분한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교포 부동산위탁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A컨설팅사 J사장은 "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봄부터 교포들의 자산처분 요청이 크게 늘었다"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과 정치사회적 불안 속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교포들이 자산처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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