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는 수술을 하지 않는 여러 치료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팔이나 다리에 염증이 생기면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부목으로 병이 생긴 부위를 고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보조기로 허리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것.
그러나 보조기를 착용해도 허리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면 1∼4번 허리뼈는 잘 고정되는 반면 정작 디스크가 주로 발생하는 부위인 4번 허리뼈 아래쪽은 오히려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보조기를 착용한다고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의사들 사이에 허리 척추 질환 입문서로 통하는 ‘맥납의 요통’이란 책에서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허리 보조기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보조기를 착용한다고 튀어나온 디스크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디스크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검증은 되지 않았다.
보통 허리 디스크가 생기면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가 줄어드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자연 치유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따라서 디스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면 보조기를 차서 그런 게 아니라 자연 치유됐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사실 보조기가 디스크에 효과가 있는 것은 이를 착용함으로써 복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환자에게 허리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해 조심스레 행동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허리 디스크 환자의 경우 보조기는 수술한 뒤 오래 누워 있다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할 때 착용하는 게 좋다. 나이가 많은 환자는 보조기가 허리를 지지해 줘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창 활동이 왕성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보조기를 오래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보조기에 의존하면 자칫 허리근육이 약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보조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평생 보조기를 착용해야 할 수도 있다.
보조기는 가급적 짧은 시간만 착용하고 벗도록 권하고 싶다. 그보다 허리 근육운동을 강화하는 게 어떨까. 뭐니 뭐니 해도 운동을 통해 허리 근육을 강하게 만들어 보조기를 차지 않고도 되는 강한 허리를 만드는 게 최상이다.
이춘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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