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들이 인파가 늘어나면서 겨우내 조용했던 공원도 활기를 찾게 된다. 하지만 이용객의 상식 없는 행동에 동식물이 다치거나 죽고 환경이 훼손되는 일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
공원 관리자들이 ‘제발 이런 행동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사례를 모아봤다.
▽개구리 알 퍼가기=최근 서울 남산 계곡에서 다수의 개구리 알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뉴스가 나간 다음 날부터 남산에는 개구리 알을 수집하러 온 초등생과 학부모로 붐볐다. 이곳은 통제구역이라 원래 들어갈 수도 없는 곳.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고심 끝에 계곡 주변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했다.
박인규 소장은 “개구리가 많은 시골에서 조금 퍼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되겠지만 남산처럼 생태적으로 고립된 장소에서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것을 가져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몇 년 전 남산에 가재가 산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2월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는 너구리가 올무에 허리가 걸려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월드컵공원관리소 김지석씨는 “어떤 동물이 산다는 것을 발표하면 꼭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숨기는 경우도 있다”며 “서울에서 너구리를 잡겠다는 사람이 있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물에게 동전 먹이기=서울대공원 동물원 한 관계자의 말. “악어가 입을 쩍 벌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자꾸 입속에 동전을 던집니다. 하도 화가 나서 왜 그러느냐고 따졌더니 소원을 빈다나요.”
2001년 물갯과의 잔점박이 물범이 죽어 부검했더니 뱃속에서 동전 126개가 나왔다. 작년 11월엔 먹이를 먹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죽은 악어의 위에서 페트병이 위액에 녹아 찌그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초식동물이 사람이 준 과자류나 햄버거 등을 먹고 소화불량에 시달리기도 한다.
새에게 돌을 던져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있다. 동물에게 돌을 던지는 등 위협을 가하면 암컷의 경우 유산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공원 한인규 진료과장은 “사람이 먹는 것을 동물에게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동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데 겁을 줘서 놀라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 집도 아닌데 뭐=공원에 개를 데리고 오면서 줄을 묶지 않거나 채변봉투를 챙기지 않는 사례는 흔하다.
집게와 채변봉투가 곳곳에 비치돼 있는 강남구 양재천에서도 개를 풀어놓은 개 주인과 항의하는 시민간의 싸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초지가 많은 한강시민공원에서는 지난겨울 시민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3건 발생하기도 했다.
이용객이 많은 여의도지구는 매일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른다. 여의도지구 나선일 소장은 “먹다 남은 라면 등 쓰레기를 화장실에 버리는 시민이 많다”며 “자신의 집 화장실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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