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집단행동은 당장 공무원의 정치적인 중립 의무와 배치되는 것이다. 시국선언 참여 직원들이 대부분 민간출신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신분은 별정직 공무원이며 전문위원의 경우 공무원에 준하는 예우와 신분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국선언문 내용 또한 탄핵소추를 가결한 야당의원 193명을 ‘수구 부패 정치배’로 규정하고 탄핵결의를 ‘합법을 가장한 의회 쿠데타’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인 편향성을 드러내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선언문 발표 내용이 의문사진상위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국선언 발표 직전 한상범(韓相範) 위원장에게 구두 보고를 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대통령직속기구 소속 직원들이 이같이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드는 사태를 방치할 경우 공무원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문사진상위 시국선언문은 시민단체에서나 할 수 있는 과격한 표현들로 돼있어 공무원 신분으로선 있을 수 없는 행태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시국선언문 발표에 참가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66조를 어긴 것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파병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까 대통령직속기구의 공무원들까지 국법에 반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안상정(安相政) 부대변인은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행위”라며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엄정중립 촉구에도 불구하고 시국선언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승희(李承姬) 대변인은 “대통령이 헌법기관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지적을 받고도 무시하더니 이젠 대통령직속기구의 공무원들마저 초법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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