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떤 명분을 둘러대도 국민 눈에는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에 따른 지지율 급등에 고무돼 오만해진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對)국민 약속을 그렇게 헌신짝처럼 뒤집어도 되는지, 그것이 그들이 창당 이후 성토해온 ‘구태 정치’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자기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새 정치 아니던가.
탄핵안이 가결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국민은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비장한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울면서 애국가를 부르고, 의원직 총사퇴를 만장일치로 결의하면서 사퇴서를 썼다. 상당수 국민은 그들의 결연한 모습에서 거대 야당의 탄핵안 처리에 심정적 분노를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시 썼던 사퇴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다니 그때의 결의는 한갓 기만에 불과했단 말인가. 탄핵에 찬성했던 일부 야당의원이 여론의 역풍에 못 이겨 뒤늦게 탄핵 철회를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민에게 공언한 ‘의원직 총사퇴’는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가벼운 약속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현재의 지지 여론이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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