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주가하락” “투자적기” 엇갈린 반응

미국의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서비스업체 트리플A(AAA)가 23일 전국 주유소 6만여 곳의 휘발유값을 조사한 결과 갤런(약 3.8L)당 평균 1.738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작년 8월의 갤런당 1.737달러를 살짝 넘어선 수준이다. 명목가격만 따져보면 이란-이라크전쟁 때인 1981년 2.94달러까지 오른 적도 있다.

미국 휘발유값은 한국이나 유럽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싼 편이다. 환율을 달러당 1154원으로 계산해 보면 L당 약 530원이다. 국내의 유가정보사이트 ‘오일프라이스워치’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값은 가장 싼 전북이 1309원, 가장 비싼 서울이 평균 1404원. 미국의 2.47～2.65배에 해당한다.

어쨌든 미국에선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휘발유값 때문에 가계 주름살이 깊어진다고 야단이다. 미 정부에선 자동차 여행이 활발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4, 5월부터 갤런당 1.83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디플레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제조업의 원가가 오르고 유통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 이익이 줄어들게 되며 기업은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상품가격을 올리게 되므로 인플레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상황과 테러 위협 등으로 4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뉴욕증시에는 이미 이런 변수가 반영되고 있다. 기름을 많이 쓰는 업종인 항공 주가가 올 들어 20% 떨어졌고 자동차도 17% 하락한 것이다. 무선통신과 유류 관련 업종은 주가가 각각 25%, 14% 올랐다. 대부분의 주식이 연중 최저 수준에 와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약진이다.

월가를 짓누르는 먹구름은 테러 위협.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월가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자들은 손을 빼고 있으며 장기 투자자들은 시장에 들어가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 약세 국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지만 바닥을 거의 확인한 상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요즘 투자자들은 나쁜 뉴스가 많아도 이를 재빨리 소화해 내야만 한다”는 말처럼 투자 판단이 어렵기만 하다. 23일엔 증시를 불투명하게 본 매도세가 반발매수세를 눌렀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