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산하 실무위원회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관련 학회에 ‘탄핵 방송’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기로 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실무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한 것은 독자적인 판단 능력을 중시한 것인데 이들이 다른 곳에 분석 의견을 구하는 것은 ‘결정 회피’라는 인상을 준다. 학회에 맡길 경우 최종 분석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방송위의 심의 결과는 향후 방송제작의 원칙과 기준이 된다. 그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탄핵 방송’의 편파성 문제는 국가적인 돌발 상황에서 방송이 취했던 보도 태도를 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 탄핵정국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도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방송위의 행보는 KBS 등 이른바 ‘방송 권력’에 밀려 왜소해져 있는 방송위의 권위를 더 떨어뜨리는 일이다. 방송위가 주어진 권한만 발휘해도 방송의 궤도 이탈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새 방송법 제정 당시 방송위에 대폭 힘을 실어 준 것은 권력에 흔들리기 쉬운 방송의 공익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방송위의 엉거주춤한 대응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방송이 실질적인 공익매체가 되려면 방송위가 공정하고 엄격한 심판관으로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방송위는 방송법과 심의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속히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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