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파크가 이틀간 분양을 하는 동안 전직 부동산 기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황당한 부탁을 수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은행 지점마다 번호표가 동나 청약을 할 수 없으니 청약기회라도 갖게 해달라”는 ‘읍소형’부터 “부동산업자들도 많이 알 텐데 당첨되는 ‘비법’을 알려 달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민원까지 말입니다.
우습기도 하고 의문스럽기도 한 점은 금융상품을 팔아야 하는 은행 재테크 전문가들도 청약열풍에 가담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재테크의 귀재’이기에 시티파크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약금 3000만원의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면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티파크의 초기 프리미엄이 최소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3000만원을 마이너스 통장에서 일주일 동안 대출받는다면 연 10%의 금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이자는 6만원이 채 안됩니다. 당첨 후 전매를 하면 결국 6만원으로 7000만원을 버는 셈입니다. 이 정도 ‘대박’이라면 6만원의 기회비용은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 아닐까요.
3000만원 정도 융통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티파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는 또 부동산 투기바람이 도졌다며 ‘세무조사’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기에 열 올리는 현상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열풍을 세무조사로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정부는 부동산에 몰리는 투자자들을 욕하기 전에 부동산 투자를 대체할 다른 건전한 재테크 수단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경제 살리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창원 경제부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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