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또 다른 이유]美, 테러대비 비축 확대

  • 입력 2004년 3월 3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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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값이 이상급등세를 보이면서 ‘유가 미스터리’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원유값 급등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수요측면에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급증한 것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꼽힌다. 공급측면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움직임이 주범으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가 고공(高空) 행진이 올해처럼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미스터리’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최근 헤지펀드들이 국제 원유 거래시장에 들어가 시장을 교란시킨 것이 원유값 폭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저(低)금리가 계속되고 주식시장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헤지펀드들이 국제원유 선물시장에 대거 몰려들면서 원유가격을 올려놓았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최근 전략비축유(SPR)를 대거 늘리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 정부는 미국 상원의 전략비축유 확충 중단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중동 유전에 테러공격 가능성을 암시하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석유수출국가의 정세가 여전히 불안한 점도 유가상승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유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예측 기관별로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상승세가 끝나더라도 유가가 상당기간 높은 가격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대부분 일치한다.

유가가 더 오를 요인으로는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 중동지역 정정(政情) 불안, 6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등이 꼽힌다.

반면 2·4분기(4∼6월)부터 계절적 비수기 돌입, 이라크 원유 공급 재개 등 유가 하락 요인도 많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具滋權) 해외조사팀장은 “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하락 요인도 있는 만큼 조만간 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유가가 많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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