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에서 씨티그룹과 1 대 1로 맞서 이길 수 있도록 국민은행의 수준을 양적, 질적으로 높여 나가겠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씨티그룹과의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3월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가 발표된 직후 김 행장은 지금까지 ‘씨티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해 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총자산이 214조원인 국내 최대 시중은행이지만 씨티그룹은 세계 최대 최고의 금융그룹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소매금융 중심으로 성장해 씨티와 주 고객층이 겹친다.
김 행장은 “씨티그룹은 한국의 신용카드 시장과 부유층 고객들에 대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PB) 시장,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등 가계대출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씨티그룹이 일본에서 가장 처음으로 24시간 자동입출금기를 가동시키고 토요일 영업을 시작하는 등 고객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을 김 행장은 주목했다.
김 행장의 결론은 경쟁 상대에 걸맞도록 덩치를 키우고 질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묘안은 없다는 것.
우선 규모의 경제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중 하나를 인수해 증권 및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하고 한일생명 인수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외국 금융그룹과의 제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국민은행 최대주주인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와 경영 및 영업 부문에서 긴밀하게 제휴하고 있는 데 이어 해외 협력 파트너를 더 늘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 행장은 “씨티그룹은 세계적인 영업망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며 “국민은행도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 등과 제휴해야만 상품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력투자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김 행장은 “상품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하다”며 “좋은 상품을 골라 추천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우수한 직원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해서 서비스와 상품의 질을 높이면 수수료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은행의 수익구조가 튼튼해진다는 것.
김 행장은 “수수료 수입을 벌 수 있다면 똥지게라도 져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김 행장의 근심은 내부에도 있다. 국민은행에는 통합 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 국민카드 노조 등 세 노조가 있다.
김 행장은 “세 노조가 올해 가을 통합을 앞두고 1년 내내 서로 세(勢) 싸움을 벌인다면 어떤 행장이 경영을 잘하더라도 은행이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노조의 임원 책임론에 대해 “노조도 직원인 만큼 주주들에게 대규모 적자에 대해 함께 사죄하자”며 노사 공동운명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노조원들에게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회사와 노조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거듭 협력을 당부하고 있다.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질적, 양적 성장을 통해 씨티그룹과 경쟁하겠다는 얘기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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