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술을 마친 현서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현서 엄마가 전화를 했다.
출근하자마자 감사 전화를 받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서 다음에 후원할 심장병 어린이도 찾아봐야 하고, ‘샬롬의 집’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사러 가야겠다.
지난달에 봉사했던 시설에서 아이들이 보내온 감사 편지를 사장님이랑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일도 잊지 말아야지.’(2004년 4월 7일 김 대리의 일기)
부동산 개발업체 ㈜DK 김미경씨(30·여)의 하루 일과는 동료들과 상당히 다르다. 지난해 10월 사장의 특별지시로 새로운 보직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후원하는 봉사 업무 전담이다. 이 회사는 전 직원이 25명밖에 되지 않는 중소기업. 작은 회사가 후원 업무만을 전담하는 대리급 직원을 둔 것은 ‘모험’에 속한다.
김씨가 이 보직을 맡은 이유는 회사에서 가장 인상도 좋고 마음도 곱기 때문이라는 것. 취미 삼아 땄던 미용사 자격증으로 틈틈이 양로원에서 머리손질 봉사를 해 왔던 것도 ‘발탁 인사’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김씨는 “사회복지사가 된 기분이고 좋은 일만 하며 지내다 보니 저절로 덕이 쌓이는 걸 느낀다”고 말한다.
이 회사가 후원하는 단체는 10여곳에 이른다. 김씨는 이 단체들에 보낼 후원금 및 지원 물품 관리부터 후원단체 선정까지 회사의 모든 후원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육원 4곳, 장애복지시설 3곳, 양로원 3곳 등 10곳을 선정해 매달 1곳에 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경기 부천시 세종병원과 자매결연 하고 지금까지 심장병 질환을 앓고 있는 4명의 유아들에게 2000만원가량의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김 대리는 회사 동료들에게 제안해 사내 봉사단체인 ‘사랑나눔회’도 만들었다. ‘사랑나눔회’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하루를 ‘땀’으로 봉사하고 있다.
‘사랑나눔회’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곳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샬롬의 집’.
유성식 기획조정실 과장(30)은 “샬롬 가족들을 극장으로 데려갔는데, 다들 너무도 즐거워해서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하나씩 딸 때마다 후원시설에 새 집을 지어줄 계획이다.
“회사가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웃을 돕는 것은 직원들의 정서함양과 사기진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직원과 회사를 위한 일종의 복지투자인 셈이죠.”
이 회사 김정모 사장(43)의 말이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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