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은행과 기업의 윈윈(win-win) 전략’을 강조했다.
워크아웃 3년 만인 2002년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한 남광토건의 신화를 계속 만들어 가겠다는 게 김 행장의 경영목표다.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고객, 직원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사람처럼 대하면 은행은 덩달아 큽니다.” 남광토건 성공의 비결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행장은 SK네트웍스 직원들에게 SK네트웍스를 내년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은행도 도울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있다. 하나은행 직원 유니폼도 SK네트웍스에서 맞췄을 정도다. 서울에서 신갈연수원까지 교육 강사를 모실 9인승 밴 차량도 SK네트웍스를 통해 사기로 했다.
지난해 SK글로벌은 ‘세전 영업이익’을 2792억원이나 냈다. 채권단과 맺은 양해각서 상의 2066억원보다 무려 726억원을 더 번 것. 올해 예상되는 세전 영업이익도 4357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400억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남광토건을 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지원을 할 테니 좋은 공사만 많이 따오라고 독려했다. 은행 협력 회사의 공사도 되도록 남광토건에 주라고 부탁했다. 하나은행의 신갈연수원 증축 공사도 맡겼다.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에 진출하고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해 김 행장은 두 가지 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비 은행 자회사를 보강해 내년 말까지 하나은행을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것.
김 행장은 “세계 최고 금융서비스를 자랑하는 씨티그룹이 국내에서 많은 지점을 거느린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부유층 종합자산관리 서비스(PB)만이 아니라 신용카드 등 일반 소매 및 기업금융 시장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려면 ‘시장밀착 경영’과 ‘스피드 경영’을 해야 하며 은행 투신 증권 보험 등 계열사들이 고객 정보를 공유해 다양한 상품을 교차 판매(cross-selling) 해야 한다는 것.
김 행장은 “현행법상 계열사들이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은 지주회사로 가는 길뿐”이라며 “2005년에는 지주회사로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의 전략은 중국 금융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이를 발판으로 남북경협 사업에 도움을 주는 은행이 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중국 칭다오(靑島)은행을 인수했고 29일 궁상(工商)은행과 전략적 제휴 협정을 맺는다. 상하이(上海)에 이어 선양(瀋陽)에도 올해 지점을 낸다.
김 행장은 “상하이 칭다오 선양 등에서 인민폐 영업을 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함께 북한 경제인들이 시장과 경제개발에 대한 한국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기회가 된다면 북한 현지에 가장 먼저 지점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행장은 1965년 옛 한일은행에 입사해 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몸담아 금융기관 경력 40년째다. 80년부터 임원이었고 97년부터 하나은행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을 영업부장 시절인 30대의 상태로 유지하려 애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앞서는 ‘젊은 은행장’이 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늘 세계화와 정보화 등에 대한 새 책들을 탐독하고 잠자리에 든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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