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裁 결정, 어떤 경우든 승복해야

  • 입력 2004년 4월 11일 18시 57분


여야 선거대책위원장들이 참석한 KBS 심야토론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승복 문제가 제기됐으나 각 당 모두 선거전략 차원에서 접근했을 뿐 핵심은 비켜 갔다고 본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선거대책위원장은 토론 자리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합의를 제의했다. 민주당 손봉숙 위원장은 한걸음 나아가 열린우리당 김근태 위원장에게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더라도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법률전문가와 국민이 살아있는데 있을 수 없는 가정은 성립조차 할 수 없다”며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야당 선대위원장들의 제의를 김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만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야당 선대위원장들의 제의에는 탄핵을 선거의 핵심쟁점에서 비켜나게 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다수 여론이 반대하더라도 탄핵은 엄연히 헌법에 규정된 절차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민이 뽑은 의회가 탄핵을 놓고 대립할 때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심판 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 뜻에서 열린우리당이 ‘의회 쿠데타’ 또는 ‘헌정 중단’ 운운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총선이 탄핵소추에 대한 국민 심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야당은 탄핵심판은 헌재에 맡기고 총선에서 인물과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이렇게 탄핵문제에 선거 전략으로만 접근하다가는 총선이 끝난 뒤 과연 헌재 결정에 흔쾌히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되든, 받아들여지든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입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나라의 혼란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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