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도요타자동차가 도멘의 지분 10%를 보유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란과의 관계가 불편한 미국 정부가 유전개발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 회장이 사업 포기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일본의 정부나 기업이나 미국과 얼굴을 붉힐 만한 일은 최대한 피하려 애쓴다. 도요타는 만에 하나 미국에서 자동차를 파는 데 문제가 생길까 염려해 석유로 벌어들이는 이득을 포기한 것이다.
일본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의 정부, 의회, 국민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싹은 아무리 작아도 초기에 도려내야 한다는 신념에 투철하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라는 ‘달러박스’를 지키는 것은 도요타 경영진의 지상명제”라고 전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203만대를 팔아 외국 업체로는 처음 200만대를 넘었다.
엔화 강세 저지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던 일본 외환당국이 3월 중순 이후 돌연 개입을 중단한 것도 ‘미국 변수’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3월 8일 엔화가치가 달러당 112엔대까지 하락(엔-달러환율 상승)하자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역사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경제적 번영을 이룬 예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릭 왜거너 회장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엔저를 이용해 가격 경쟁에서 부당하게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가세했다.
미국측의 기류가 심상치 않자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 재무성 재무관은 시장개입을 실시한 실무자를 질책했다고 한다. 달러당 엔화 환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채산이 맞지 않는다’며 앓는 소리를 내던 재계도 이번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용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장사꾼 기질’로 깎아내리기에는 스스로 몸을 낮추는 일본 기업의 노림수가 예사롭지 않다.
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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