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김수정씨는 최규석씨의 단편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길찾기)에 대한 추천사를 이렇게 썼다. 최씨는 40대 공장 노동자가 된 둘리의 슬픈 후일담을 그린 ‘공룡 둘리’의 작가. ‘공룡 둘리’는 지난해 5월 격주간 만화잡지 ‘영점프’에 발표된 뒤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며 언더그라운드 작가였던 최씨를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최씨가 최근 발간한 단편집. ‘공룡 둘리’를 비롯해 ‘사랑은 단백질’ ‘콜라맨’ ‘솔잎’ ‘리바이어던’ 등 6편이 수록됐다. ‘사랑은 단백질’은 신작이고 나머지는 잡지와 공모전 등에 발표된 작품들. 특히 ‘콜라맨’은 2002년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벌 극화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콜라맨’은 조숙한 어린이가 한 정신지체 장애인을 장난삼아 갖고 놀다가 비극을 일으키는 줄거리를 담았다. 장애인 ‘콜라맨’의 순박하고 모자란 표정과 그를 조종하는 어린이의 매끈한 얼굴이 대비된다. 심사위원들은 “복잡한 연출이나 화려한 작화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대개 이야기 구조가 설익은 공모작의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평했다. 이는 최씨의 작품세계를 관류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공룡 둘리’를 포함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의 주제는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인간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다. 이는 ‘사랑은 단백질’에서 고기 먹는 인간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를 통해 잘 드러난다. 앞발이 잘린 돼지가 족발집을, 닭이 치킨집을 운영하는 설정에 대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처럼 허를 찌르는 상상력은 페이지마다 또 다른 ‘엽기’를 기대하게 한다.
‘리바이어던’은 만화보다 동화책 같은 인상을 준다. 위대한 지도자를 찾으려고 하는 인간들의 욕망이 전체주의를 초래한다는 줄거리다.
만화평론가 김낙호씨는 “거치면서도 정확한 선과 뚜렷한 데생, 주제와 이야기 중심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최규석의 장점”이라며 “드라마틱하고 형이상학적인 고민에 과욕을 부리지 않고,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모순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평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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