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릴레이인터뷰]<5>하영구 한미은행장

  • 입력 2004년 4월 13일 17시 44분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13일 “씨티그룹은 기업과 개인고객 시장을 모두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주훈기자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13일 “씨티그룹은 기업과 개인고객 시장을 모두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주훈기자
“앞으로 한미은행의 기업고객은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다양한 금융지원을 받게 됩니다. 개인고객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은행의 하영구(河永求) 행장은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한미은행 고객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은 이달 말까지 한미은행 주식 80% 이상을 사들이기로 하고 3일부터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하 행장은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사업을 하면 외환, 무역거래, 송금, 투자자문, 시장조사, 글로벌 현금 관리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하 행장의 주장은 기존 시중은행에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 행장은 씨티그룹이 기업과 개인고객을 동시에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는 국내 은행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현재 한미은행의 사업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의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할 것입니다.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만5500원은 순자산 가치의 두 배에 가까운 비싼 값입니다. 인수한 뒤 사업구조를 바꾸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현재 한미은행의 기업금융 비중은 55%, 개인금융은 45% 정도다. 이 골격을 유지하면서 카드나 부유층 종합자산관리(PB)사업을 확장할지 등 장기전략은 인수 후 선임되는 새 은행장이 결정할 내용이라는 것.

하 행장은 “씨티그룹이 다른 국내 소규모 은행이나 증권 투신 보험사 등을 추가 인수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기본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을 좋게 보고 있어 추가인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 행장은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한 뒤 2001년 소비자금융부문 대표를 지낼 때까지 20년 동안 씨티은행에서 일했다.

“씨티그룹은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장점입니다.” 하 행장이 밝힌 씨티그룹의 경쟁력이다.

원칙에 충실하며 좋은 전문인력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일부 시중은행은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국내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나면 이익을 미국 본사로 가져갈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 행장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과 미국 금융당국의 이중 감독을 받습니다. 또 현재도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93%의 지분을 가지고 꼬박꼬박 배당을 타갑니다. 씨티그룹은 단일 대주주로서 배당을 자주 타가는 대신 한미은행이라는 현지법인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주식 공개매수는 이달 15일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결과를 낙관한다고 하 행장은 말했다.

2001년 5월 한미은행장에 취임한 하 행장은 임기 3년을 마치고 3월 연임됐다. 금융계는 씨티그룹이 그를 재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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