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로버트 팰런 행장이 밝힌 생존전략이다.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씨티가 규모의 경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외환은행은 차별화 전략으로 살아남겠다는 얘기다.
팰런 행장은 1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씨티은행에 맞서기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대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선 얼마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씨티은행이 우수한 인프라와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슈퍼맨’은 아니다”라며 “국내 은행은 토착화된 고객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은행이 하드웨어에 강하다면 국내 시중은행은 소프트웨어에 강하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은 소매금융뿐만 아니라 외환업무와 기업금융에서 오랫동안 경쟁우위를 유지해왔다는 게 팰런 행장의 진단이다.
그는 “최근 들어 국내 중소기업 및 중국 진출 기업들과 건전한 파트너십을 맺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위해 다음 달 초 혁신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된다. 상명하달식의 수직적 업무체계를 횡적이고 쌍방향 구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팰런 행장은 “개인의 역량, 업무실적 등 성과에 따라 급여 및 인사 혜택이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지는 성과주의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할 것”이라면서 “조직 개편을 하면서 중복되는 인원에 대해서는 소폭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팰런 행장은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외환위기 이후 4∼5년간 한국 금융시장은 지배구조 개선, 공시제도 개선 등 일련의 개혁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했다. 한국의 금융 구조조정 사례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에 교과서와 같은 모범사례다.”
특히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금융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한국처럼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둔 나라는 없었다는 게 팰런 행장의 분석.
팰런 행장은 30여년의 금융인 생활을 중국 홍콩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보낸 아시아전문 금융가.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금융허브도 타이밍이 적절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선진적 금융시스템과 초고속 인터넷 등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지리적 여건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
그는 “도쿄는 금융 중심지로서의 자본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개방이나 변화의 속도가 더디고 상하이는 의욕은 높지만 인프라가 구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동북아 금융허브는 한국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질적으로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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