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考試’…취업 도움되는 일부 동아리 인기

  • 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서울대 백모씨(22·산업공학과 4년)는 지난해 말 교내 경영자문학생연구회(MCSA)라는 동아리에 천신만고 끝에 가입했다. 졸업을 불과 1년 앞둔 백씨가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거치면서 새 동아리를 찾은 이유는 취직 준비 때문.

백씨는 “컨설팅업체에 취직한 동아리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가상인터뷰 연습을 하는 게 취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게 동아리의 목적만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청년실업이 심화하면서 취업경쟁률이 치솟자 대학생들이 취직에 도움이 되는 일부 동아리로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동아리 가입이 각종 고시 못지않게 까다롭다고 해서 ‘동아리 고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대표적인 인기 동아리는 서울대 경영학 동아리 ‘N-CEO’와 MCSA, 서강대 벤처동아리 블랙박스 등 10여개.

이들 동아리는 서류전형과 영어면접을 통해 신입회원을 선발하는데 평균 경쟁률이 5 대 1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부 학생은 동아리 가입을 위해 선배들에게 과외를 부탁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을 때는 ‘재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회원들의 취업률과 창업 성공이 동아리 성패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부 동아리는 회원들에게 ‘사명(使命) 선언서’를 받거나 참여도 등을 평가해 일부만 정회원으로 승격시키기도 한다.

MCSA의 송정목 회장(26)은 “1997년 동아리 결성 이후 출신 선배 중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최고의 회사에만 20명 이상이 진출했다”고 자랑했다. 서강대 블랙박스 회원인 안성범씨(24·경영학과)는 “혼자 힘으로 취직을 준비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요즘은 대기업들도 계열사별로 상시채용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실무경험이 있는 지원자에게 가산점 혜택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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