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용천역 폭발사고 복구를 위한 구호문제를 놓고 남북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남측은 이미 의료인력 및 병원선, 복구자재 및 장비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26일 선별 수용 방침을 통보해 왔다.
결국 동포애와 인도주의에 따른 지원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남측의 의사와 북측 환자의 대면(對面) 접촉이 갖는 남북관계의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재확인해주는 대목이다.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구호물품이 최단시간 내에 피해지역에 도착하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육로든 해로든, 신의주항이든 용암포항이든 모든 방안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11시 의료인력 50명 및 병원선 파견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북측은 오후 2시에 열릴 실무회의를 앞두고 ‘육로 대신 해로 희망-의료지원단 사양’ 의사를 통보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육로수송 및 의료진 방북을 거절한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 당국자는 “남측 민간인이 북측 지역에서 주민들을 접촉하는 상황의 파장을 고려했다”고 말함으로써 북측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배려로 보인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측은 “의료선 지원도 남측 의사 및 간호사가 피해현장에 나서는 상황을 꺼리는 북측을 고려한 결정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준비해 둔 170t급 병원선이 파견될 경우 북측 환자 6, 7명을 태운 뒤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북측이 원하는 해로수송이 신속히 진행되더라도 첫 구호품은 사고발생 8일 뒤인 30일 밤에야 피해지역에 전달될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28일 인천을 출항할 예정이던 트레이트 포츈호(인천∼남포 왕복선)가 아직 남포에서 ‘정비 문제’ 때문에 인천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적 관계자는 “구호품은 29일 오전에나 인천항을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구호품은 출항 22시간 뒤인 30일 오전 남포항에 도착하지만 5t 트럭 30대 분량인 구호품을 남포∼평양∼용천 구간 460km를 거쳐 수송하는 일도 북측 도로사정을 고려할 때 간단한 일은 아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포∼용천 육로수송에 하루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 홍재형(洪在亨) 사회문화교류국장은 “앞으로 피해복구 장비지원 과정에서 육로수송 문제를 다시 거론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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