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차폭발 참사]“어린이 치료 급한데…”

  • 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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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로 중상을 입고 고통 받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속속 공개되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이들에 대한 치료가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이 구호물자의 육로 수송과 의료봉사단 파견에 난색을 표명한 데 대해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측이 이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치료 서두르지 않으면 사망자 늘어’=폭발사고로 피해를 본 어린이들의 사진을 본 국내 의료진들은 기본적인 화상치료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북한의 현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베스티안 화상전문병원 윤천재 과장은 “TV를 보니 드레싱과 링거가 없어 큰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에게 응급조치도 제대로 못 해주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경우 흉터가 문제가 아니라 감염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전욱 교수는 “22일 사고가 나 지금쯤은 전신 20% 이상의 화상을 입은 화상환자들이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을 시기”라며 “진료 활동이 불가능하니 일단 화상연고와 붕대 및 거즈, 수액제, 항생제 등을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화상학회 김동철 이사도 “2∼3도 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수술을 서두르지 않으면 패혈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섭섭하지만 지원 계속해야’=북한과 꾸준히 교류해 온 단체들은 “북한이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지원을 멈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북한 식량난 해결에 힘써온 ‘좋은 벗들’의 한 활동가는 “용천항이 군항이고 육로도 군이 관리하고 있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보수, 진보단체가 힘을 합쳐 구호활동에 나섰는데 북한 당국이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한국’의 김혜영 주임도 “평양보다 서울이 더 시끄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 당국이 이번 사고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꼬집었다. 통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다친 사람들 빨리 치료해주고, 죽은 사람들 장례를 지내줘야 할 텐데…. 슬프네요, 북한이라는 나라가…’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반면 1999년 평양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던 아주대 의대 이일영 교수(재활의학과)는 “북한에는 인구 대비 의사수가 남한보다 많고 부족한 건 오히려 의료시설과 의약품들”이라며 “재활용품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색내기’ 구호활동은 삼가야=일부 업체들은 대한적십자사에 “라면과 생수를 원가로 지원할 테니 대량 구매해달라”는 전화 제의를 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바쁜 직원들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재난관리기획팀의 한 직원은 “심지어 최종 전달지까지 회사명과 상표가 인쇄된 구호품 박스를 사용해 달라는 요구도 많다”며 “북한이 무엇보다 자존심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 텐데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기정 회원홍보국 과장도 “성금을 전달하며 회사와 개인의 이름이 언론에 어떻게 게재되는지를 묻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동포의 아픔을 나누는 일이니만큼 이런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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