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집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나 자식들이 옮겨진 지 하루가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2일 오후 4시반경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이모씨(24)의 집에서 이씨의 막내아들(1)이 침대 사이에 머리가 끼여 울고 있는 것을 창문을 통해 발견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막내는 귀에서 시작된 상처가 곪아 얼굴로 번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함께 발견된 첫째(4·여)와 둘째(3)는 대소변으로 범벅이 돼 있었으며 경찰에 의해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3일 오전에 찾은 이씨의 집은 대소변에다 과자 부스러기, 달걀 껍데기, 빈 우유팩, 담배꽁초, 옷가지 등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심한 악취와 함께 파리 떼가 들끓었다.
화장실에는 썩어가는 빨랫감이 더미를 이루었고 변기는 고장 난 채 파리 떼로 뒤덮였다. 보일러는 가동되고 있었으나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들을 처음 발견한 일산경찰서 김성환 경장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막내는 침대에 끼여 울고 있었고 두 아이는 침대 위에서 뛰놀며 태연히 TV를 보고 있었다”며 “대소변이 범벅이 돼 도저히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창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이 정도인줄 몰랐다”며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사가곤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부모가 지난해 12월 이 집으로 이사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집 출입문에 안내문을 붙여놓고 부모를 찾았으나 3일 오후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기북부아동학대예방센터 전홍수 팀장(32)은 “이번 사례는 매우 심한 방임에 해당한다”며 “부모가 나타나도 정확한 경위와 보호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아이들을 인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신체를 학대하거나 유기, 또는 기본적인 양육을 방임할 경우 최고 5년의 징역이나 최고 15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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