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영화파일]‘더 블루스…’의 빔 벤더스 감독

  • 입력 2004년 5월 6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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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스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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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동반자와 함께하는 여행은 행복하다. 동반자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외로움을 달래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음악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무언(無言)의 동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드 무비의 거장’으로 불리는 독일 감독 빔 벤더스를 음악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벤더스 감독을 음악과 연관짓는 걸 보통은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부터라고 생각들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1960년대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벤더스 감독의 대중음악, 특히 미국 음악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미국의 군사적 영향권에 있었던 냉전시대 서독의 젊은 세대가 그랬듯이 벤더스 감독 역시 미국 문화, 특히 로큰롤의 강력한 세례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는 로큰롤이 자신의 삶을 구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뮌헨 영화학교 졸업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인 ‘도시의 여름’(1970년)은 미국의 록그룹 ‘러빙 스푼풀’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왔다.

‘도시의 앨리스’ 같은 초기작을 거쳐 1984년에 만든 ‘파리 텍사스’에서 그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음악과의 행복한 조우를 경험한다. 그는 이때 음반 제작자이자, 제3세계 음악의 거장인 라이 쿠더라는 든든한 동반자를 만난다.

쿠더는 ‘파리 텍사스’에 이어 1997년 작 ‘폭력의 끝’을 거쳐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벤더스 감독을 이끌었다.

쿠더와 함께 벤더스 감독의 영화 여행에 동참한 또 한 명의 뮤지션은 ‘U2’의 보컬 보노. U2는 벤더스 감독의 ‘이 세상 끝까지’에 참여하고 미국 대도시 밑바닥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린 ‘밀리언 달러 호텔’의 스토리 원안을 제공할 정도로 벤더스 감독과 깊은 예술적 교감을 나눠오고 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던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은 벤더스 감독의 음악 영화 3부작 중 최신작이다. 3부작 가운데 나머지 두 편은 국내에서 쿠바 음악 붐을 일으켰던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과 국내 미개봉작인 ‘비엘 파시에르트-퀼른에서의 송가’. 뒤의 영화 역시 벤더스 감독이 영화와 음악, 무엇보다 인생에 있어 이제 달인의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쾰른의 전설적 포크 록그룹 ‘BAP’의 얘기를 다룬 작품으로 ‘비엘 파시에르트’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빔 벤더스 감독 사진제공 동아일보

‘더 블루스…’는 블루스 음악에 관한 한 벤더스 감독만큼 ‘광(狂)팬’으로 알려진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총제작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다. 이 작품은 흑인으로 대변되는 모든 억압받는 자들의 슬픔과 절망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버릴 수 없는 희망에 대해 노래하고 있어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초창기 블루스의 선구자인 블라인드 윌리 존스와 스킵 제임스, J B 르누아르의 삶을 재연한 드라마와 실제 공연 화면,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독일학생이 감독이 됐다”는 벤더스 감독 자신의 독백, 마틴 루서 킹의 연설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흑과 백,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벤더스 감독에게 음악은 곧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창이다.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쿠바 음악가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담아냈고, ‘비엘 파시에르트…’에서 포크 록을 통해 독일 냉전역사의 상처를 들춰냈다면, ‘더 블루스…’에서는 블루스 음악으로 슬픔을 극복해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류가 저질렀던 야만적인 인종차별의 역사를 고발한다.

빔 벤더스가 영화감독이라고? 내겐 그가 이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며 노래를 흥얼대는 싱어 송 라이터로 느껴진다. 다만 그의 기타 가방에는 6mm 카메라가 들어 있을 뿐이다.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

영화평론가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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