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스캔들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한 명인 하이더 사바르 아브드(34)는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에 몸서리쳤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5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두건을 쓴 채 고문당했던 그의 증언을 소개했다. 다음은 증언 내용 요약.
아브드씨는 한 여성 병사가 엄지손가락을 위로 쳐든 사진을 가리키며 알몸 상태에서 두건을 쓴 포로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아브드씨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출신의 시아파 교도로 18년간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6월 미군에 체포된 그가 움 카스르 형무소에서 아부 그라이브로 옮겨졌을 때만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어느 날 수감자들간에 싸움이 벌어진 뒤 그를 비롯한 7명이 주동자로 지목되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알몸 상태에서 수감자들은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었고, 오럴 섹스를 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미군은 매직펜으로 포로들의 살갗에 ‘강간범’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여군 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랍어 통역관은 그에게 벽에 기대어 자위행위를 하라고 명령했다. 아브드씨는 “한 여군은 자신의 손을 가슴에 올려놓은 채 웃고 있었다”며 “내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하자 그들은 내 배를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조이너’라고 불리는 교도관(실제로는 372 헌병대 찰스 그래니어 상병으로 밝혀짐) 등 3명의 남자와 아랍어 통역관, 2명의 여자 교도관이 있었다.
학대 장면이 사진으로 찍히는 와중에 아브드씨와 동료들은 살아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이너 교도관이 휘파람을 불면 수감자들은 개처럼 짖어야 했다.
4월 중순에 풀려난 그는 “모든 미군이 잘못 대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학대하고 모욕한 병사들은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브드씨는 “미군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말했고, 우리는 이를 기쁘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들이 우리 7명에게 한 짓이 과연 민주주의고 자유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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