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삼식/청소년인구 더 줄기 전에…

  • 입력 2004년 5월 7일 18시 26분


0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 인구가 총인구의 4분의 1로 낮아졌다. 청소년 인구의 절대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인구의 감소는 우리나라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돼 가고 있다는 심각한 징후다.

▼노동력 부족-경쟁력 저하 우려▼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7%에 이를 때 그 사회를 고령화사회, 14%에 도달할 때 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사회를 향해 치닫고 있다. 영양상태 개선, 보건수준 향상,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으니 인구 고령화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인 비중이 더욱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부부가 평생 2명의 자녀를 둘 때 그 사회의 인구는 안정적으로 대체(代替)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은 평균자녀 수(합계출산율)는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저출산이 지속되면 인구 규모가 2070년경에는 현재의 3분의 2로, 2090년경에는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다. 인구 구조도 급변해 2040년 청소년 인구 비중은 현재의 절반인 12.5% 이하로 낮아지는 반면 노인 비중은 30%를 상회할 전망이다.

청소년 인구 비중의 지속적인 감소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청소년이 생산가능 시기에 이를 때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노인이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으나 특성상 생산성이 낮아 한계가 있다.

그 대신 노인은 의료를 포함해 생활 전반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사회적 개인적 부담이 커질 것이다.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 가능 인구는 현재 8명에서 30년 후 1, 2명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의 청소년들은 본격적인 생산활동을 하는 시기에 소득의 대부분을 노인세대를 위해 지출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회는 활기를 잃고 국가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 인구 감소의 영향은 경제나 사회복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구 과잉 국가에서 근로자를 수입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역사상 전례 없는 다문화 국가로 가는 도상에 서게 될 것이다. 또 현 수준의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도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없다. 한 해 출생아가 100만명 수준이던 시기에 확충해 온 교육 기반은 이미 구조조정을 겪기 시작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경제 불안과 자녀 양육의 고비용 구조가 지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적령기에 결혼하고 출산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족관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경제사회구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인구 문제는 간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 합계출산율이 1.57에 이르렀던 1989년 이를 ‘쇼크’로 받아들여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17에 이른 지금에서야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사회정책 서둘러야▼

인구정책은 다른 사회경제정책들과 달리 효과가 상당 기간 후에 나타나는 데다 출산에는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경제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마저 확신하기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 효과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구정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결혼과 자녀 양육을 보장할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데 두어야 한다. 개인도 결혼과 출산을 이기주의적 기회비용이 아닌 인간 행복과 존재의 근원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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