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일지매’ 등으로 친숙한 만화가 고우영 화백(65)의 캐릭터들이 ‘고우영과 함께 하는 교육부 지정 상용한자 1800’ 시리즈 1, 2권(관우)에 총출동했다. 깃 우(羽)자를 설명하기 위해 ‘삼국지’의 관우(關羽)와 ‘초한지’의 항우(項羽)가 함께 말을 타거나, ‘삼국지’의 장비와 ‘수호지’의 이규가 밤새 술 마시고 고기를 뜯으며 두(斗) 모(毛) 목(木) 등 4획짜리 부수 14자를 설명한다.
“제 캐릭터가 100명가량 됩니다. 한 캐릭터만으로 그 많은 한자를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원로 만화가보다 현역 만화가로 불러 달라”는 고 화백은 2001년부터 이 책의 작업을 하면서 여러 난관에 부닥쳤다. 한 글자씩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캐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러다가 2002년 8월 대장암 수술 이후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 때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괴로웠다.
만화가 신문수 이정문 허어 윤승운씨 등으로 구성된 낚시모임 ‘심수회(心水會)’ 회원들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은 고 화백과 함께 작업해 내년 2월 이 시리즈를 20권으로 완간하기로 했다.
“심수회는 30년 전 나이가 비슷한 만화가 10명이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살생하긴 싫고, 소주나 마시고 헤어져요. 88올림픽을 유치할 때 홍보자료도 함께 냈죠. 며칠 전에는 경주 불국사 앞에서 16년 전과 똑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는 못 오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또 가야죠.”
이 책의 페이지 하단에는 한자학자 박상수씨가 정리한 필순 어원 용례를 실었다. 고 화백도 이 책을 위해 학원을 다니며 어원과 금석문을 공부했다. 그러나 ‘만화는 당의정’이라는 소신대로 이 책이 교과서 같은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이 책은 고 화백의 첫 컬러 작품이다. 채색은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의 둘째 아들 성언씨가 컴퓨터로 작업한 것이다.
“한자를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에는 반대합니다. 중국이 떠오르는 시점에서 한자가 글로벌 문자가 안 되라는 법 없잖아요? 우리가 동북아 문화권에 속한 이상 그 문자를 알아야 합니다. 깊은 문화적 전통이 있는 한자를 버리면 자기 살을 떼어버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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