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漢字 정복!” 만화 한자교육서 낸 고우영 화백

  • 입력 2004년 5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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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우영과 함께 하는 교육부 지정 상용 한자 1800’ 1, 2권을 펴낸 만화가 고우영씨가 좋아하는 한자는 선비 언(彦)자다. “문무를 겸비하고 정신이 올바르며 성품이 착한 선비라는 뜻입니다.” 김동주기자
최근 ‘고우영과 함께 하는 교육부 지정 상용 한자 1800’ 1, 2권을 펴낸 만화가 고우영씨가 좋아하는 한자는 선비 언(彦)자다. “문무를 겸비하고 정신이 올바르며 성품이 착한 선비라는 뜻입니다.” 김동주기자
굳은 성(굳을 고·固) 안에서 버티던 관우가 손권의 포로가 되어 죽음을 택한다(죽을 고·故). 그의 애마인 적토마는 당근조차 입에 쓴지(쓸 고·苦) 그대로 굶어죽는다. 촉나라 전령이 유비에게 관우의 죽음을 어렵사리 알리자(알릴 고·告) 유비는 쓰러져서 곡(굽을 곡·曲)을 한다.

‘삼국지’ ‘일지매’ 등으로 친숙한 만화가 고우영 화백(65)의 캐릭터들이 ‘고우영과 함께 하는 교육부 지정 상용한자 1800’ 시리즈 1, 2권(관우)에 총출동했다. 깃 우(羽)자를 설명하기 위해 ‘삼국지’의 관우(關羽)와 ‘초한지’의 항우(項羽)가 함께 말을 타거나, ‘삼국지’의 장비와 ‘수호지’의 이규가 밤새 술 마시고 고기를 뜯으며 두(斗) 모(毛) 목(木) 등 4획짜리 부수 14자를 설명한다.

“제 캐릭터가 100명가량 됩니다. 한 캐릭터만으로 그 많은 한자를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원로 만화가보다 현역 만화가로 불러 달라”는 고 화백은 2001년부터 이 책의 작업을 하면서 여러 난관에 부닥쳤다. 한 글자씩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캐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러다가 2002년 8월 대장암 수술 이후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 때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괴로웠다.

만화가 신문수 이정문 허어 윤승운씨 등으로 구성된 낚시모임 ‘심수회(心水會)’ 회원들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은 고 화백과 함께 작업해 내년 2월 이 시리즈를 20권으로 완간하기로 했다.

“심수회는 30년 전 나이가 비슷한 만화가 10명이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살생하긴 싫고, 소주나 마시고 헤어져요. 88올림픽을 유치할 때 홍보자료도 함께 냈죠. 며칠 전에는 경주 불국사 앞에서 16년 전과 똑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는 못 오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또 가야죠.”

이 책의 페이지 하단에는 한자학자 박상수씨가 정리한 필순 어원 용례를 실었다. 고 화백도 이 책을 위해 학원을 다니며 어원과 금석문을 공부했다. 그러나 ‘만화는 당의정’이라는 소신대로 이 책이 교과서 같은 인상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이 책은 고 화백의 첫 컬러 작품이다. 채색은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의 둘째 아들 성언씨가 컴퓨터로 작업한 것이다.

“한자를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에는 반대합니다. 중국이 떠오르는 시점에서 한자가 글로벌 문자가 안 되라는 법 없잖아요? 우리가 동북아 문화권에 속한 이상 그 문자를 알아야 합니다. 깊은 문화적 전통이 있는 한자를 버리면 자기 살을 떼어버리는 거나 다름없어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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