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가안정대책의 하나로 석유수입부담금과 관세율을 내렸지만 기름값이 많이 올라 소비자는 정부 조치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SK㈜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더 많이 기름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등 전체 석유제품의 원가상승 요인을 100%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름값 얼마나 올랐나=정유사는 수입한 원유를 공장에서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과 나프타 에틸렌 등 석유화학회사의 원재료를 만들어낸다.
원유 수입가격이 정유사 전체 제조원가의 80%를 차지한다. 여기에 원유 수입 때 내는 석유수입부담금과 할당관세를 포함하면 86∼88% 수준이다. 또 원유수입대금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큰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은 L당 13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2∼3원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올 1∼4월 4.49달러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42.04원 내렸다.
유가 상승분(58.37원=4.49×13원)에서 환율 하락분(8.4∼12.6원=4.2×2∼3원)을 빼면 약 45.77∼49.97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
이 기간 국내 5대 정유사는 휘발유 가격을 평균 54.4원, 경유가격을 39.63원 올렸다.
▽정유사, “원가 반영 충분히 안 됐다”=정유사는 그동안의 원가상승 요인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SK㈜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평균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을 감안할 때 48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247원에서 1299원으로 52원 올랐지만 경유는 29원, 등유는 41원밖에 인상하지 않았다는 것.
LG칼텍스정유도 휘발유가격을 52원 올렸지만 경유는 45원 인상했다.
SK㈜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원가요인은 모든 석유제품 가격에 골고루 반영된다”며 “휘발유는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했으나 경유와 등유는 상승폭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박사는 “과거 정유사들이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발 빠르게 국내 가격에 반영하고 유가가 내릴 때는 천천히 반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가격 상승폭 | |||
2003년 12월 마지막주 | 2004년 4월 마지막주 | 변동폭 | |
두바이유 | 28.19달러 | 32.68달러 | ↑ 4.49달러 |
원-달러 환율 | 1192.85원 | 1150.81원 | ↓ 42.04원 |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 | 1242원 | 1269.4원 | ↑ 54.4원 |
경유 | 792.57원 | 832.20원 | ↑ 39.63원 |
실내등유 | 619.51원 | 667.00원 | ↑ 47.49원 |
보일러등유 | 608.71원 | 661.40원 | ↑ 52.69원 |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 1302.44원 | 1357.99원 | ↑ 55.55원 |
정유사 공급가격은 국내 5대 정유사 평균치. 주유소 판매가격은 전국 556개 표본주유소 기준. 자료:한국석유공사 |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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